말聯 2공장서 내년 6월 생산 목표

BBU용 양극 극판 설비 신규투자

삼원계에 LFP 추가…제품군 확대

BBU 매출 올 70%이상 성장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2월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1공장을 찾아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건설 중이던 2공장 현장도 점검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4년 2월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1공장을 찾아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건설 중이던 2공장 현장도 점검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SDI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인공지능(AI) 서버용 원통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원통형 백업 배터리에 LFP를 적용해 기존 삼원계 중심의 제품군을 넓히기로 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과 열적 안정성을 앞세워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 배터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이러한 내용의 신규 투자를 결정하고 말레이시아 제2공장에 AI 서버용 배터리백업유닛(BBU)에 들어갈 LFP 양극 극판 생산설비 구축에 나섰다. 이르면 내년 6월 양산한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달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월드 아시아(DCWA) 2026’에서 배터리 백업 유닛(BBU)용 원통형 LFP 배터리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이번 투자로 삼성SDI는 말레이시아 2공장에서 기존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면서 BBU용 원통형 LFP 배터리도 함께 만들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두 배터리에 쓰이는 소재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원료를 혼합하는 믹서와 탱크 등 일부 장비를 새로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생산공정에는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양극 극판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얇은 알루미늄 포일에 입혀 만든 부품이다. 이후 음극과 분리막 등을 결합하는 조립 공정을 거쳐 완성된 배터리 셀이 된다.

신규 설비가 들어설 말레이시아 제2공장은 삼성SDI의 주요 원통형 배터리 생산거점이다. 삼성SDI는 2022년부터 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스름반에 제2공장을 조성했다. 현재 전동공구와 전기자전거, 전기차 등에 쓰이는 21700 규격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까지 생산 품목을 넓히고 있다. 기존 삼원계 소재를 적용한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40V3’를 생산하며 BBU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니켈 함량을 높인 21700 규격 제품으로,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여기에 LFP를 추가하면 가격과 성능에 따라 고객사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이 넓어진다. LFP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원재료 비용을 낮추기 쉽고 열적 안정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다만 같은 크기에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량은 적은 편이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SDI의 소형전지 생산시설 가동률은 지난해 50.4%에 그쳤다. 전기차와 전동공구용 배터리 수요 부진으로 고객사들이 주문을 줄인 영향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73%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가 제품군 확대에 나선 것은 AI 데이터센터용 BBU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BBU는 정전이나 순간적인 전력 공급 이상이 발생했을 때 서버에 즉시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다. 데이터센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달리 개별 서버 가까이에 설치돼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최근에는 비상 전력 공급을 넘어 서버의 전력 수요 변동을 완충하는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작업량에 따라 전력 소비가 순간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때 BBU가 부족한 전력을 빠르게 공급하면서 서버의 안정적인 작동을 돕는다. AI 서버가 늘어날수록 높은 출력과 안전성을 갖춘 배터리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서버용 BBU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억8900만달러에서 2032년 28억달러(약 4조원)로 약 2.8배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SDI도 가파른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조한제 삼성SDI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BBU용 배터리 시장에서 약 40~5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올해 관련 매출이 전년보다 7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BU용 배터리 판매 호조는 삼성SDI 소형전지 부문의 실적 개선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삼성SDI 소형전지 부문은 올해 3분기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9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온 끝에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는 셈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동공구용 배터리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BBU용 배터리 판매 호조는 삼성SDI 소형전지 부문의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올해 3분기 소형전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4% 늘어난 1조313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 분기 740억원 적자에서 9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북미 ESS 배터리 수요 눈높이가 지속적으로 상향되는 과정에서 삼성SDI의 ESS용 각형, 소형(BBU) 배터리의 견조한 판매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BBU와 전동공구용 배터리 판매 호조가 소형전지 부문의 흑자 전환을 이끌고, 북미 ESS 출하 확대도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