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우드퍼드 컬럼비아대 교수
‘포워드 가이던스’ 이론 학문적 토대 구축
“경제 안정화, 경제통제 행위로 여기면 안돼”
“정책 국민에게 설명·소통하는 이론 틀 중요”
워시 연준 의장, 가이던스 비판으로 주목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금리 제시)’ 폐지로 금융권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해당 이론의 토대를 놓은 마이클 우드퍼드 컬럼비아대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2일(현지시간) 우드퍼드 교수와 로버트 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사람은 ‘거시경제 안정화의 미시경제적 기초’를 규명한 것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우드퍼드 교수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학문적 기초를 닦은 것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소통) 수단이다. 시장과 소통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해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목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행함으로써 경제를 안정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우드퍼드 교수의 주장이다.
수상 직후 진행한 전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구가 정책 현장에서 활용된 대표 사례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꼽은 우드퍼드 교수는 “경제주체들이 당국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와 무관하게 정책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경제 안정화 정책을 단순히 레버를 당겨 경제를 통제하는 행위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며 시장과 당국 간 소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시장에서 지출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향후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고 이해하느냐가 실제 정책 효과에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틀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것이 제가 분석 틀을 개발하려 했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향후 금리 정책이 어떤 경로를 밟을지를 보다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고, 당장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데만 의존하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었다”며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 안정화에 중요한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포워드 가이던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지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인 점도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자회견에서도 아무런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8월 잭슨홀 연설에서는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경제의 기초여건보다 연준의 발언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며 포워드 가이던스에 비판적 입장을 재차 내비쳤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가장 큰 한계로는 중앙은행이 포워드 가이던스에 묶여 경제 상황이 바뀌어도 정책을 쉽게 바꾸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당시 호주중앙은행이다. 필립 로우 당시 총재는 2024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이후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뛰면서 2022년 5월부터 급격하게 금리를 올렸다. 이후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등 금융 시장이 출렁였다.
신현송 총재도 과거 학계에 있을 당시 포워드 가이던스의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중앙은행이 미래의 금리 경로를 지나치게 자세하게 제시하면 시장이 중앙은행의 신호에만 반응하고 중앙은행은 다시 시장의 움직임을 정책 판단의 근거로 삼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 이론이다.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도 포워드 가이던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리인상 시기에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시장이 선제적으로 반응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3·5년물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에도 총재가 5월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뒤 계속 인상 시그널(신호)을 보낸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차주들의 대출 금리 부담으로 이어진다.
신 총재는 4월 취임 직후 여러 차례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그는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며 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이후 창립 기념사, 물가안정목표 기자설명회 등 공식적인 행사에서 연이어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고는 7월 금통위에서 3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올렸다. 한은에 따르면 월평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월 3.413%에서 9월 3.991%까지 0.57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5년물도 3.598%에서 4.216%로 0.618%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오는 22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11월에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점도표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시장에서는 신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더 귀를 기울일 전망이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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