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출범 이후 첫 지방行
“경제 수도 서울 아니었나” 실무급 술렁
로펌·금융회사 이탈 규모 커질 듯
[헤럴드경제=서상혁·박혜림 기자] 정부의 2차 행정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세종 청사 이전이 확정됐다.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 출범 이후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다수 금융위 직원들이 ‘경제 수도 서울’이라는 정부의 슬로건에 따라 서울 잔류가 확정이라고 받아들였던 만큼, 이번 지방 이전 발표로 내부 분위기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저연차 사무관을 중심으로 외부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행정안전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안’을 발표했다. 이전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7개 위원회 등 44개 정부 기관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이전한다. 이중 금융위원회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전이 마무리된다. 정부세종청사가 유력하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로 출범한 금융위원회는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청사 생활을 시작으로 여의도 현 금융감독원, 프레스센터를 거쳐 2016년부터 현 정부서울청사 건물을 쓰고 있다. 이번 2차 이전 계획에 따라 세종 이전이 확정될 경우 출범 이후 첫 지방 생활을 하게 된다.
정부 발표 이후 금융위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도 한창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설이 나왔지만, 9월 초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브리핑 당시 한성숙 국무총리가 “서울시 등 수도권에는 경제·문화·국제교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발전 방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부 직원들은 지방 이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수도 서울” 발언은 금융위원회 직원들의 이같은 믿음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모 직원은 “우리나라도 각종 경제 관련 기관을 뉴욕에 밀집시킨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줄 알고 있었다”며 “많은 직원들이 그렇게 알고 있던 터라 너무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융위원회의 지방 이전이 보류된 줄 알고 기존 전세대출을 연장하거나 가족 계획을 세운 직원도 적지 않다”며 “모든 부처가 내려가니 금융위원회만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이전을 계기로 금융위 실무급 직원들의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하반기 이전을 앞두고 로펌이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금융회사 등으로 진로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회사 곳곳에는 금융위 출신 인사들이 진출해 있다.
모 직원은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들은 로펌을,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금융회사를 적극적으로 노크할 것”이라며 “이직을 시도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이탈 의사가 강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28명이었던 금융위 퇴직자는 이듬해 19명으로 줄더니 올해는 6월말 기준으로 15명으로 나타났다. 반기 기준이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서울과 금융위 청사 간 거리가 멀어지면서 업계와의 소통 및 현안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위의 세종 이전에 대비해 업권별 세종 합동사무소 설치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사무소는 주로 대관 업무를 위한 성격이 강해, 실무 담당자들은 여전히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업무를 처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고 외국계 금융회사 유치에 힘써왔다. 이런 가운데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중앙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과의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을 두고 정책적 일관성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모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공지능(AI) 해킹 등 중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업권 실무자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는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서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의 이전 가능성에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금감원이나 국책은행의 경우 노조가 지방 이전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강한 진통이 예상된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금융위 세종 이전 발표 이후 정부의 후속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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