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전류 변화로 정보 공개 시점 제어, 8.4초 뒤 암호 해독 성공

김경민(아랫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 교수, 노희수, 고명찬, Jingyao, 고태욱 박사과정.[KAIST 제공]
김경민(아랫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 교수, 노희수, 고명찬, Jingyao, 고태욱 박사과정.[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시계나 소프트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야 암호가 풀리거나 특정 시점에만 정확한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하나의 반도체 소자에서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이중 상태 프로그래머블 산화물 트랜지스터(DUPOT)’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시간 기반 암호화 기술을 구현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암호화 기술이 암호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키’를 중심으로 정보를 보호했다면, 이번 기술은 ‘언제 읽느냐’라는 시간 조건까지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반도체 내부의 전류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하나의 트랜지스터에 오랫동안 유지되는 장기기억과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단기기억을 동시에 구현했다.

기존 메모리 트랜지스터는 주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기준인 ‘문턱전압’을 조절해 정보를 저장한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DUPOT은 문턱전압과 전류의 크기를 결정하는 ‘포화전류’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장기기억은 절연막 내부에 전자를 가둬 문턱전압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단기기억은 산소 이온의 이동과 재분포에 따라 전류가 서서히 회복되는 현상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두 가지 시간 기반 암호화 방식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먼저 ‘시간 지연 암호화’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숨겨진 정보가 나타나도록 설정했다. 실험 결과 8.4초가 지난 뒤에야 알파벳 ‘T’ 형태의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시간 제한 암호화’에서는 특정 시점에만 올바른 정보가 드러나도록 했다. 실험에서는 1.5초에 가짜 정보인 ‘K’가 나타났지만, 목표 시간인 37초에는 실제 정보인 ‘T’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성과 모식도.[KAIST 제공]
이번 연구성과 모식도.[KAIST 제공]

같은 반도체 소자라도 정보를 읽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클라우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암호화 방식도 제안했다. 외부 서버에 저장된 암호문과 사용자가 보유한 복호화 키에 서로 다른 시간 조건을 부여하고, 두 조건이 맞을 때 원래 정보를 복원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시험 문제나 입찰 정보처럼 공개 시점이 중요한 데이터뿐 아니라 클라우드와 스마트기기의 접근시간 제어 등 다양한 보안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는 소규모 소자 배열에서 가능성을 검증한 단계로,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동작 전압과 신뢰성 개선이 필요하다.

김경민 교수는 “하나의 트랜지스터에서 오래 유지되는 기억과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기억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하고, 이를 시간 기반 암호화에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반도체 자체의 시간적 변화를 이용해 클라우드와 스마트기기 보안, 다양한 정보처리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9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