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정부 후속 움직임 지켜볼것”
저연차 직원 중심 이탈 늘어날 가능성 커
산은 실무자 70% “본점 이전시 퇴사·이직”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이 확정되면서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수도 서울·행정수도 세종’ 구상을 밝힌 뒤 서울 잔류 가능성에 무게를 뒀던 직원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금융위 세종행이 현실화하자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들도 정부의 후속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전날 ‘제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안’을 발표하고 금융위를 2027년 하반기 세종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등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44곳, 정원 기준 9929명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옮긴다. 금융위가 서울을 떠나는 것은 2008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전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부가 지난달 수도권의 경제·문화·국제교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 대통령도 서울을 ‘경제수도’로 육성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서울 잔류 가능성이 크다고 본 직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위 사무관은 “전세대출 연장 등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는데 모두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전을 앞두고 저연차 직원을 중심으로 이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 퇴직자는 2024년 28명, 지난해 19명이었다. 올해는 6월 말까지 15명으로 집계됐다.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서울과 금융위 간 거리가 멀어지면서 현안 대응과 업계 소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공지능(AI) 해킹처럼 중대한 현안이 발생하면 업권 실무자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즉각적인 대응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이전이 확정되자 아직 이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금감원과 국책은행도 정부의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금융위 세종 이전 발표 이후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달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직원 1679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도 이번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 노조는 지난달 이 대통령의 ‘경제수도 서울·행정수도 세종’ 구상을 국책은행의 서울 잔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받아들였다. 금융위 이전이 확정되면서 국책은행의 향후 거취에 대한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전하는 것이 딱히 효율적일 것 같지는 않다”며 “저희도 앞으로 정부가 국책은행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놓는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 노조 설문에서는 본점 이전 시 이직·퇴사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57.4%, 40대 이하 실무자급에서는 69.9%에 달했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비해 쟁의권 확보 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기관별 이전 대상이 발표됐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갖는 것이 목표”라며 “필요하면 총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은 직원의 약 34%가 6년 차 이하인 가운데 노조 측은 최근 젊은 직원들의 이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 가운데서는 산은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산은은 앞서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실제 이전을 위해서는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직 이전 후보지가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별도 계획이다. 정부는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이전 대상과 배치 지역을 별도로 확정할 예정이다. 박혜림·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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