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총리 회동에서 ‘155억弗 투자’

인도 내수 잠재력·지리적 입지 강조

연내 인도 누적 판매 1000만대 눈앞

인재 양성·사회공헌 현지 기반 강화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현지 투자 계획과 인도 자동차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현지 투자 계획과 인도 자동차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 국가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 진출 30년을 맞아 현지 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했다. 인도를 단순히 자동차를 많이 파는 시장이 아니라 생산과 기술 개발, 신흥국 수출을 함께 이끄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올해부터 7년간 약 15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날 면담에서 정 회장은 먼저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지난 30년간 인도와 함께 성장해 왔다”며 인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에 감사를 전했다.

정 회장과 모디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정 회장은 올해 4월 한국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모디 총리 오찬에 참석했다. 2024년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을 계기로도 개별 면담을 했다. 2015년 모디 총리의 방한과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등에서도 현지 사업과 산업 발전을 논의해 왔다.

정 회장이 강조한 인도의 역할은 내수시장과 수출 거점 두 가지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푸네 공장 가동을 통해 연 140만 대 생산 체제를 확보했으며, 안정적인 생산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약 14억7000만명의 인구에 비해 자동차 보급률이 낮아 성장 여력이 큰 시장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 대수는 33~34대로, 중국(200대 이상)에 크게 못 미친다. 소비자 취향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2019년 전체 시장의 46%를 차지했던 해치백 대신 지난해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이 55%까지 높아졌다. 첫 차 구매 수요와 고급 차량 선호가 함께 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인도는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차량을 수출하기에도 유리하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담과 유럽 내 중국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출 거점으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모디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도 맞물려 있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를 통해 제조업을 키우고, 2047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미래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연구시설과 인력을 늘려 고객에게 맞는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낸다. 현지 기업·스타트업과의 협력과 부품업체 지원을 통해 생산부터 개발·조달까지 인도 내 사업 기반을 강화한다.

현지 사업은 판매를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 달성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1998년 첸나이 공장에서 소형차 ‘쌍트로’를 생산하며 판매를 시작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988만4960대를 팔았다. 현재 추세라면 연내 1000만대 돌파가 유력하다.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8월 기준 인도 부품 현지화율은 84%로, 2030년까지 9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다만 타타와 마힌드라 등 현지 업체들이 SUV와 전기차를 앞세워 성장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정 회장은 사업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사회적 약자 지원, 미래세대 성장 지원 등 인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 중”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활동이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돕는 ‘사마르스’ 캠페인이다. 장애인 운동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정과 시설을 지원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영상도 제작·배포하고 있다.

현지 기술 인재 육성도 추진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직업기술학교 ‘현대 아카데미 포 테크니컬 스킬스(HATS)’를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자동차 생산·정비와 스마트팩토리, 건설, 산업안전 등을 교육해 연간 약 1만3000명의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판매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인력 양성과 지역사회 지원을 병행해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