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이기대 환경·계약불확실성 고려

라스칼라, 기부·협찬 당초 계획 못 미쳐

“북항에 전액 국비로 복합문화전시공간”

전임 시정 뒤집기 ‘정치적 결정’ 비판도

전재수 부산시장이 14일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문화분야 주요 현안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전재수 부산시장이 14일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문화분야 주요 현안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전재수 부산시장이 박형준 전임시장 때 추진하던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사업’을 중단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스칼라 극장 초청공연’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 시장은 14일 오전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숙의과정에서 나온 의견과 사업여건을 종합한 결과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사업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고, 라스칼라 공연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막작으로 초청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석달 간의 숙의과정과 지난달 30일 문화정책 타운홀미팅 후 나온 결정이다. 퐁피두는 시의원 2명이 공동단장을 맡은 18명 정책점검단의 무기명 의견서를 검토했고, 라스칼라 극장 초청공연은 운영자문단 회의 4차례, 시민토론회, 시민 1000명 여론조사를 거쳤다.

전 시장은 “두 현안의 재검토를 시작하면서 전임시장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뒤집지는 않겠다, 이미 시작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선택도 하지 않겠다 말씀드렸다”며 “숙의과정은 시민체감도, 공공성, 재정감당능력, 행정책임성 네 가지 원칙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퐁피두 분관 중단 사유로는 ▷8천만년 역사를 가진 국가지질공원 이기대에 영구 시설물 건립은 편익 대비 대가가 큼 ▷계약에서 부산의 권리와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움 ▷사업계획 수립 용역이 제시한 건립비 1100억원, 연간 운영비 125억원의 신뢰성 불확실 ▷지역 예술계와의 공감대와 동반성장 계획 부족 등 네가지를 들었다.

전재수 시장은 “퐁피두 분관 대신 동부산 시립미술관과 서부산 현대미술관의 전시역량을 높이고 해외 미술관과의 교류를 확대하겠다”며 “북항 일원에 지역 예술인들이 요청해 온 연면적 5000㎡, 전시공간 3000㎡의 복합문화전시공간을 2030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전액 국비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라스칼라 초청공연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시민 여론조사(찬성 75%)와 문화협력위원회(조건부 찬성 64%)를 통해 세계적 공연에 대한 기대를 확인했으나 ‘투자가 크더라도 추진해야 한다’(36.9%)는 의견보다 ‘비용을 줄여서 추진해야 한다’(38.1%)는 응답이 더 많았다”고 했다.

라스칼라 초청공연 취소결정 근거로는 ▷당초 사업비 100억원 중 40~50%를 기업 기부·협찬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준비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까지 목표에 미치지 못한 점 ▷지역 예술인의 참여·교육과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방안이 확인되지 않은 점 ▷전국 최대 규모의 지자체 오페라극장을 처음 운영하는 만큼 무대설비·음향점검 등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라스칼라 공연 취소와 별개로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예정대로 올해 말 준공하고, 2027년 상반기 시설 안전·성능 점검, 하반기 시범공연을 거쳐 2028년 개관한다. 개관 페스티벌은 부산의 역사와 삶,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 준비하고, 오페라하우스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라스칼라를 포함한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 공연초청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유장 문화국장은 두 사업에 그동안 지출된 금액에 대해 “라스칼라 초청에 쓰인 돈은 하나도 없고, 퐁피두 분관 건립은 협의과정에서 법률검토를 위해 2500만원 정도 썼다”고 공개했다. 오페라하우스 개관을 2028년으로 미룬 것에 대해서는 “올해 12월 31일 준공하면 내년 1~7월 무대 기계설비 구성과 보강, 9~11월 발레 등 시범공연 후 개관하도록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전재수 시장의 ‘전직 시장 문화정책 뒤집기’는 비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퐁피두 사업을 추진해 온 쪽에서는 2023년 이후 이어진 협의와 준비과정에 투입된 행정력과 비용이 사실상 매몰됐고, 프랑스와의 문화외교 신뢰 관계에도 금이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라스칼라 초청 무산을 두고는 ‘개관 효과’를 기대하던 관광·공연업계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시민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75%에 달했는데도 재원 문제로 접은 것은 전임 시정 정리 차원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라스칼라 기부·협찬 모금 실패의 책임 소재, 오페라하우스 ‘반쪽 개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kaf20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