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멈춘 GM 공장…1조원 들여 재정비
2030년 연 32만대 생산체제로 확대
인도 진출 30년…정의선 “새로운 장 열 것”
AI 품질검사·로봇 200여 대 도입
현지 고용 4700명…그룹·협력사 포함 1만2400명
푸네 공장 준공, 국내 부품기업에도 기회 확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가동을 멈췄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공장이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생산·수출 거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현대차는 약 1조원을 투입해 공장을 재정비하고, 현재 연간 17만대인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2만대로 확대한다. 인도 내수시장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국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는 14일(현지시간)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에서 푸네 신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인도 측에서는 데벤드라 파드나비스 마하라슈트라주 주총리와 슈리랑 아파 바르네 연방 하원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성호 주인도 한국대사도 참석했다.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30년 전 처음 인도에 진출했을 때부터 현대차는 현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며 “현지 첫 차종인 쌍트로를 출시한 이후, 인도는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 과정에서 핵심 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푸네공장 준공식은 현대차가 인도 현지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네 공장은 현대차가 2023년 GM으로부터 인수한 생산시설이다. GM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기존 시설을 인수한 뒤 생산설비를 개조하고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차량 생산을 시작했다.
공장 부지는 1.2㎢(약 36만평)로 축구장 166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완성차 생산라인 외에도 연간 15만대 규모의 엔진 공장과 차량 주행시험장, 직원 교육시설 등이 들어섰다. 근무 인원은 약 4700명이며, 계열사와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고용 효과는 약 1만2400명으로 추산된다.
생산능력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연 17만대에서 2028년 25만대, 2030년에는 32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향후 하이브리드차(HEV)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운영해 시장 수요에 따라 여러 차종을 유연하게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푸네 공장이 추가되면서 현대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첸나이 1·2공장(82만4000대)을 합쳐 연 99만4000대로 확대된다. 여기에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43만1000대)을 더한 현대차그룹의 현지 생산능력은 연 142만5000대다. 푸네 공장의 1단계 증설이 끝나는 2028년에는 그룹 전체로 연 150만대 이상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신형 베뉴 30여 개국 수출…인도 누적 수출 400만대
푸네 공장에서 생산하는 첫 차종은 지난해 11월 인도에서 출시된 2세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베뉴’다. 멕시코와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30여 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첸나이 공장도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연간 약 18만대를 수출하고 있어 푸네 공장이 가세하면서 해외 공급 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수출 실적을 꾸준히 쌓아왔다. 2010년 승용차 누적 수출 1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16년 200만대, 2020년 300만대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400만대를 달성했다. 인도 자동차 업체 가운데 처음 세운 기록이다. 차종별로는 그랜드 i10이 약 175만7000대로 가장 많았고, 엑센트(67만9000대), 쌍트로(63만7000대)가 뒤를 이었다.
인도 시장 진출의 출발점은 1998년 출시한 소형차 ‘쌍트로’다. 당시 현대차는 비포장도로가 많은 현지 환경을 고려해 차체 최저지상고를 높이고 연료다중분사(MPI) 엔진을 적용하는 등 인도 소비자에 맞춘 설계에 집중했다.
쌍트로는 출시 당시 ‘인도 올해의 차’에 선정됐고, 3년 만에 현지 소형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당시 광고모델을 맡았던 인도 배우 샤룩 칸은 이번 준공식에서 특별 영상을 통해 현대차의 인도 진출 30주년을 축하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2024년 10월 인도 증시에 상장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AI·로봇 도입한 푸네공장…첸나이는 전기차 전환
푸네 공장에는 생산성과 품질 관리를 위한 자동화 기술이 적용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균열 감지 시스템이 차량 패널의 미세한 갈라짐을 찾아내며, 차체 용접 공정에는 산업용 로봇 200여 대가 투입된다. 새로 채용한 직원들은 증강현실(AR) 기반 교육을 통해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되기 전 작업 과정을 익힌다.
현지 직원들의 생활과 문화를 고려한 시설을 마련했다. 명상실과 모성보호실을 갖췄으며, 직원 식당에는 한식과 현지식 조리공간을 분리해 채식 문화를 반영했다. 이 같은 공간 설계 등을 바탕으로 지난 8월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받았다.
푸네 공장 가동은 기존 첸나이 공장의 전기차 전환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 전략차종인 베뉴 생산을 푸네 공장이 전담하면서 첸나이 공장은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인도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 5와 크레타 일렉트릭에 이어 내년 1분기 소형 전기 SUV를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도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3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거나 관련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도 운영 중이다.
동반 진출 협력사 120개사…부품사 인도 매출 성장
푸네 공장 준공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인도 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현지에 진출한 협력사는 2011년 첸나이 공장만 운영할 당시 68개사에서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이 건설된 2019년 84개사로 늘었다. 푸네 공장 준공 이후에는 120개사에 달한다.
주요 부품사들의 인도 매출도 증가세다. 차체 부품업체 성우하이텍은 첸나이·아난타푸르·푸네 등 3곳에서 부품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 매출은 2019년 3458억원에서 지난해 5346억원으로 54.6% 늘었다. 향후 푸네 공장 생산량이 늘어나면 부품 공급 물량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어트림 등을 생산하는 서연이화의 인도 매출은 같은 기간 3003억원에서 5925억원으로 97.3% 증가했다. 조향·제동 부품업체 HL만도 역시 2019년 5294억원이었던 인도 매출이 지난해 1조81억원으로 90.4% 늘었다.
국내에서 인도로 수출하는 자동차부품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인도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억4109만달러로, 주요 수출 품목 중 5위를 차지했다.
‘21조원’ 통큰 투자로 현지 사업 확대
인도 사업 전반에 추가 투자를 추진한다. 정의선 회장은 전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올해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신공장 건설, R&D 역량 강화, 현지 공급망 경쟁력 제고, 미래 신기술 개발 등을 골자로 155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도 현지 기반 강화와 사업 기회 확대를 통해 명실상부한 인도 최상위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이를 위해 인도 내 투자 전문 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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