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소희·도라…세 편 모두 칸으로

“칸이 감독님의 가장 꾸준한 지지자”

[헤럴드뮤즈=민경빈 기자] 정주리 감독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헤럴드뮤즈=민경빈 기자] 정주리 감독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화 ‘도라’의 정주리 감독이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장편 영화 세 편을 모두 칸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감독의 공로를 프랑스 정부가 인정했다.

주한프랑스대사관은 지난 10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열린 ‘2026 프렌치 나이트’에서 정 감독에게 슈발리에를 서훈했다고 14일 밝혔다. ‘프렌치 나이트’는 한국과 프랑스 영화인이 모여 교류하는 자리다. 올해는 두 나라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렸다.

문화예술공로훈장은 프랑스 문화부가 주는 훈장으로, 예술·문화 분야에서 창의적인 업적을 남겼거나 프랑스와 세계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 받는다. 등급은 슈발리에, 오피시에, 코망되르 세 가지로 나뉜다.

정주리 감독과 칸의 인연은 데뷔작부터 이어졌다. 첫 장편 ‘도희야’는 2014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고,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는 2022년 한국 영화 최초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됐다. 신작 ‘도라’는 올해 감독주간에서 처음 공개됐다. 한국 여성 감독이 장편 세 편을 모두 칸에 올린 것은 정 감독이 처음이다.

정 감독은 “수훈 자격이 있는지 고민이 됐지만, 파리와 칸, 메스, 스트라스부르 등 프랑스 전역에서 만난 프랑스 관객들이 떠올랐다”며 “그분들의 격려로 ‘영화 속 삶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영화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 힘으로 전례 없는 형태의 합작 영화를 만들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오늘, 이 큰 격려로 다시,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의 ‘도라’는 한국·프랑스·룩셈부르크가 기획 단계부터 함께 만든 영화다.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와 프랑스 촬영감독 이리나 뤼브샹스키도 참여했다. ‘도라’는 정 감독이 스무 살 무렵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를 읽으며 처음 품은 이야기다. 2019년부터 제작을 본격 추진했지만 여러 차례 무산을 겪었다.

[헤럴드뮤즈=부산, 민경빈 기자] 정주리 감독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헤럴드뮤즈=부산, 민경빈 기자] 정주리 감독이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훈장을 수여한 미셸 미라이에 주한 프랑스대사 대리는 “이제 칸영화제가 감독님의 가장 꾸준한 지지자이자 열성적인 팬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며 “감독님의 작품은 눈에 띄지 않지만 강인하고 단단한 인물들을 우리 앞에 드러내고, 그 인물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성균관대에서 영상학을 전공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재학 중 만든 단편 ‘영향 아래 있는 남자’(2007)로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을 받았다. 장편 데뷔작 ‘도희야’는 이창동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바닷가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경찰 영남(배두나)이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 도희(김새론)를 만나는 이야기다. 이 작품으로 정 감독은 스톡홀름국제영화제 최우수 데뷔작상과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다음 소희’는 2017년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숨진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배두나와 다시 손잡은 이 영화는 청룡영화상 각본상, 부일영화상 감독상,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받았다. 개봉 이후 국회에서는 ‘다음 소희’가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의 입법이 추진되기도 했다.

‘도라’는 원인 모를 피부질환을 앓는 열여덟 살 도라(김도연)가 남해의 여름 별장에서 나미(안도 사쿠라)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이야기다. 정 감독은 칸 현지 인터뷰에서 프로이트의 기록에는 정작 도라 자신의 목소리가 없었다고 짚었다.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국내 관객을 처음 만났다. 국내 개봉은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장병욱 촬영감독이 앙제뉴 촬영감독상을 받았다. 이 상은 카메라 뒤에서 영화 예술에 이바지한 창작자에게 주는 상이다. 프랑스 탈레스 그룹 소속 시네마 렌즈 제조사 앙제뉴가 칸영화제 기간에 시상한다. 한국에서 이 상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감독은 “프랑스와 한국 수교 140주년에 앙제뉴와 탈레스가 마련한 상의 첫 영예를 안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영화가 보여준 독창적인 영상 미학과 자유로운 창작 정신은 제 작업에 언제나 커다란 이정표이자 배움의 원천이었다”고 전했다.

행사엔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프랑스 감독 주디트 고드레슈, 베르트랑 만디코, 에마뉘엘 마르 등 두 나라 영화인 150여명이 참석했다. 박 이사장은 “이제 그 지평을 넓혀 한국과 프랑스의 젊은 창작자들이 서로에게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