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LG·두산 ‘잠실더비’ 현장 가보니

사복 경찰 순찰에도 온라인 암표 여전

상습·영업성 판매 땐 징역형도 가능

14일 오후 6시께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인근이 관람객들로 꽉 찬 모습. 정주원 기자
14일 오후 6시께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인근이 관람객들로 꽉 찬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김도윤 기자] “딸은 표를 구했는데 저는 실패했어요. 온라인에 200만원짜리 암표도 있던데 그걸 사줄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2시간 앞두고 중앙매표소와 잠실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 일대는 일찌감치 양 팀 팬들로 북적였다.

LG 유광점퍼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응원 수건과 방망이를 챙긴 팬들이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휴대전화로 입장권을 확인하거나 일행을 기다리는 팬들 사이로 사복 경찰관들이 오가며 암표 거래를 살폈다. 과거 경기장 앞에서 표를 손에 들고 호객하던 암표상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경기 시작을 30분 앞둔 오후 6시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인파가 몰렸다. 경찰청·문화체육관광부·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암표 근절 홍보부스에도 팬들이 몰려 핫팩을 받고 안내물을 살폈다. 허구연 KBO 총재와 김상형 송파경찰서장도 현장을 찾아 암표 근절 캠페인에 동참했다.

경기장 암표상은 사라졌는데…온라인엔 ‘200만원’

이날 현장에서 만난 야구팬들은 예전보다 오프라인 암표 거래가 확연히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40대 LG 팬 최모 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 앞에서 직접 표를 주고받으며 파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전문적으로 암표를 파는 사람들 때문에 일반 팬들이 손해를 보는 만큼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단속에는 경찰관 37명을 비롯해 문체부·KBO 등 총 56명이 투입됐지만, 경찰에 공식 적발된 현장 암표 거래는 한 건도 없었다.

14일 온라인 티켓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경기 입장권 가격이 한때 200만원에 육박한 모습. [티켓베이]
14일 온라인 티켓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경기 입장권 가격이 한때 200만원에 육박한 모습. [티켓베이]

하지만 암표 거래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거래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이날 온라인 티켓 거래 플랫폼에는 경기 입장권이 장당 수십만원에 올라왔고 일부 좌석은 200만원에 판매 매물로 등록되기도 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진 가격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가와 크게 차이 나는 호가였다.

온라인에서도 현장 단속만으로 암표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14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암표를 단속한다는데 티켓 거래 플랫폼 가격은 여전히 치솟고 있다”, “현장보다 온라인 암표부터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왔다. 모바일 티켓이 보편화되면서 경기장 주변에서 표를 사고파는 방식 자체가 줄어든 만큼 온라인 거래를 겨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산 원년 팬인 박범수(49) 씨는 중학생 딸과 잠실 경기를 함께 보고 싶었지만 딸만 예매에 성공했다. 박씨는 “아버지가 두산에 다녀 어릴 때부터 OB 팬이었고 딸도 엄청난 야구팬이라 꼭 같이 보고 싶었다”며 “딸이 혼자 경기를 보는 동안 나는 근처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며 중계를 보다 경기가 끝나면 데리러 올 생각”이라고 했다.

암표를 사는 것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박씨는 “검색해 보니 200만원까지 올라온 표도 있었는데 절대 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올해는 유독 표 구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스레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암표 단속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게시글들이 상당수 올라왔다. [스레드]
14일 스레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암표 단속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게시글들이 상당수 올라왔다. [스레드]

가족과 경기장을 찾은 이승주(19) 군도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어야 했다. 이군은 “대기번호 3000번대로 들어가 겨우 예매에 성공했다”며 “아직 학생이라 비싼 암표를 살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웃돈을 주고 표를 산 경험이 있는 팬들도 있었다. 대학생 정모(22) 씨는 2년 전 수원에서 열린 정규시즌 경기 표를 정가의 약 2배에 샀다고 했다. 정씨 일행은 “사람이 직접 예매하면 대기번호가 3만번, 10만번씩 나오는데 매크로로 표를 가져가면 잡기가 어렵다”며 “정말 중요한 경기라면 정가의 2~3배 정도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0대 야구팬 부부 역시 정규시즌 입장권을 정가의 2배에 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장에 나와 단속하고 홍보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암표를 찾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이 주가 될 수밖에” 현장 단속의 숙제

팬들 사이에서는 현장 단속만으로 온라인 암표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황모(31) 씨는 “올해도 티켓 거래 플랫폼이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암표를 많이 봤다”며 “온라인 거래가 많은 상황에서 현장 단속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5시께 잠실야구장 3루 내야석 인근에서 경찰들이 암표 현장 거래 단속을 하고 있다. 정주원 기자
14일 오후 5시께 잠실야구장 3루 내야석 인근에서 경찰들이 암표 현장 거래 단속을 하고 있다. 정주원 기자

대학생 정씨도 “온라인 매물에는 정확한 좌석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블록과 열 정도만 적어놓는 경우가 있다”며 “어느 좌석인지 알아야 신고할 수 있는데 구매하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경찰 역시 최근 암표 거래가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간 점을 인식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요즘은 현장에서 암표를 거래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이버 단속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장 캠페인을 통해 온라인에서 암표를 사고파는 사람들에게도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부터 현장 단속도 강화됐다. 경찰청은 문체부·KBO와 함께 서울·대구·광주·수원 등 포스트시즌 경기장 주변에 합동단속반을 투입하고 있다. 경기 시작 전후 매표소와 지하철 출구, 관중 주요 이동 동선에 사복 경찰과 합동 순찰팀을 배치해 조직적인 판매와 호객 행위를 살피는 방식이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옆에 마련된 암표근절 부스에서 (왼쪽부터)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 김상형 송파경찰서장, 허구연 KBO 총재 등이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김도윤 기자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옆에 마련된 암표근절 부스에서 (왼쪽부터)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 김상형 송파경찰서장, 허구연 KBO 총재 등이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김도윤 기자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지난 8월28일 개정 국민체육진흥법 시행 전에는 현장 암표 매매가 적발돼도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범칙금 16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현재는 입장권을 상습 또는 영업으로 구매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단순히 현장에서 암표상을 적발하는 것뿐 아니라 강화된 처벌을 알리는 데도 이번 단속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단속으로 암표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사실을 홍보하고 바람직한 관람 문화가 지속되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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