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올해 코스피서 208조 순매도
홍콩CSOP자산운용 “中반도체 영향 제한적”
JP모건 “삼전닉스 적극적인 주주환원 필요”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국내 증시가 전날 ‘검은 목요일’을 맞으며 시가총액 400조원 넘게 증발했다. 국내 증권가가 외국인 자금의 복귀를 증시 반등의 핵심 조건으로 꼽는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569억원 순매도 중이다. 9거래일 연속 ‘팔자’다. 10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155.30포인트(2.80%) 오른 5709.52로 장중 5700선 회복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99.77포인트(1.80%) 오른 5653.99로 출발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장 대비 3.99% 오른 791.21이다.
코스피가 반등에 나섰으나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외국인의 매도세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 넘게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10조8990억원 증발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4581조1790억원으로 직전 거래일(4957조1140억원)보다 375조9350억원 감소했다. 코스닥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34조9640억원 줄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는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08조6470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약 90조원, 87조원 팔아치웠다.이는 전체 코스피 순매도액의 85%를 차지한다.
헤럴드경제가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IB)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외국인 이탈의 원인은 안전자산으로의 글로벌 자금의 이동과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집적도를 높인 새로운 D램 구조의 서버용 DDR5를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제충 홍콩CSOP자산운용 한국지사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창신메모리의 발표는 회사 측 주장일 뿐 실제 양산 능력과 기술력은 검증이 필요하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CSOP자산운용은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출시한 홍콩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다. 전체 운용자산(AUM)은 약 80조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CXMT 관련 뉴스에 따른 매도는 과잉 반응”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시장 지배력 약화에 대한 우려 때문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외국인 매도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으로의 자금 이동”이라며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오른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이어지면서 일부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피해 일본과 대만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큰 주가 변동폭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날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57%, 7.65% 급락했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90%, 대만 가권지수는 3.41%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증시도 각각 1.59%, 2.43% 내렸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선호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 환산 수익률은 낮아진다. 이에 신흥국 투자 펀드는 원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이나 다른 국가의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게 된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본과 대만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시장으로 꼽혔다. 한국은 두 국가에 이어 세 번째에 올랐다.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기 위한 조건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확대가 꼽혔다. 실적 개선만으로는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설명회(IR)에서 가장 많이 질문하고 요구한 사항이 주주환원”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반도체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얼마나 돌려주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반도체 ‘투톱’의 추가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2주간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 홍콩에서 1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만난 결과, 거의 모든 투자자가 추가적인 멀티플 디레이팅을 막기 위해 대형 메모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향후 증시의 분기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시장에 돈이 없다”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까지 종료되면서 매수세가 크게 약해졌다. 외국인이 돌아오려면 금리와 전쟁 등 대외 여건이 개선돼야 하는데 아직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발표에서 제시할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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