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에 이미 지난해 발행량 넘겨
국책은행, 전년 대비 60%가량 초과 발행
많아진 만기 물량에 생산적 금융 자금 수요 영향
발행 경쟁에 북클로징 맞물리며 대출 금리 큰폭 상승 전망
긴급 점검 나선 금융당국, 은행권에 발행 시기 분산 요청
[헤럴드경제=서상혁·박혜림 기자] 올해 들어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량이 급증하면서 벌써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자금 수요까지 확대된 영향인데, 은행권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적극적으로 채권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들의 발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채를 준거금리로 삼는 각종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에 연말 북클로징(채권 거래 마감)까지 맞물리면서 금리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은행을 상대로 긴급 점검에 나섰다.
많아진 만기 물량·생산적 금융 자금 수요에 발행량 급증
1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올해 누적 은행채 발행액은 222조2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제 4분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미 전년도 전체 발행액인 221조6100억원을 넘어섰다.
주요 은행 모두 올해 들어 은행채 발행량이 늘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5일까지 올해 누적 발행량은 46조7600억원으로 지난 한 해 발행량의 3.2%를 초과한 상태다.
특히 국책은행의 발행량이 급증했다.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기업은행의 정부보증채를 제외한 10월 15일까지의 누적 발행량은 127조5200억원으로 지난 한 해 물량의 60%가량 초과했다. 이들 국책은행은 은행채의 일종인 산금채, 중금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는 전년보다 늘어난 만기 도래 물량이 꼽힌다. 15일까지 전체 은행권의 은행채 만기 물량은 178조1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늘었다. 대체로 은행들은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차환을 통해 만기 물량을 막는다.
만기 도래 물량 증가뿐 아니라 생산적 금융 지원을 위한 자금 조달 수요도 채권 발행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특히 국책은행의 경우 생산적 금융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은행채 발행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만 69조1823억원에 달하는 데다, 시장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선제적 발행 수요도 예상된다. 연말 기업의 결제성 자금이 빠져나가면 은행들이 예대율을 관리하기 위해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한도인 11조원을 모두 소진한 데 이어 6조원의 은행채를 4분기 동안 추가로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향후 1년치의 발행계획을 공시하고 은행채를 발행하고 있다.
발행 경쟁 치열해질수록 대출 금리 올라…차주 부담 가중 불가피
채권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은행채 금리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면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국책은행의 채권 발행이 늘면서 금리 상승세가 더 거세지고 있다는 게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채권 시장에서 국책은행과 경쟁을 벌이려면 더 높은 금리를 얹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연말 북클로징도 변수다. 북클로징은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연말을 앞두고 신규 거래를 줄이거나 장부상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올해는 시장 변동성 탓에 북클로징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줄어들면 은행의 금리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은행채는 가계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 주요 대출 상품의 준거금리가 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가운데 발행 경쟁까지 가세하면서,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니, 금리가 낮을 때 선제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조달금리가 오르니 대출금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채 발행 경쟁이 채권시장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자 금융당국도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은행권으로부터 4분기 발행 계획을 제출받아 발행 시기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지를 살펴봤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발행 시기를 조정해야 할 정도로 물량이 집중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급적 은행채 발행 시기를 분산해달라고 은행에 요청하고 있다”며 “북클로징이 있는 4분기가 특히 금리가 뛰는 시기인데, 여전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채권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고채 발행 물량을 줄이고 있다. 일단 초과세수를 활용해 10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당초보다 5조원 줄이기로 했다. 시장 공급량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금리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밖에 정부는 긴급 바이백(조기상환)도 검토 중이다.
hyuk@heraldcorp.com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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