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 대출 상위 30개사만 440억…연체율 7.93%
한민수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감독 사각지대…금융안전망 재설계해야”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의무복무 중인 병사를 대상으로 한 대부업체의 대출을 법으로 직접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병사 월급 인상과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 보편화로 장병을 노린 고금리 대출 영업이 늘고 연체도 급증하자 규제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이 원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부업법에 학령기 아동·청소년과 의무복무 기간 중인 병사에 대해 대부를 금지하는 형태의 직접적인 규제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협의가 되면 군 당국과도 협의를 진행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날 병장 기준 병사 월급이 150만원까지 오르고 휴대전화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금융 경험이 부족한 장병들이 온라인 도박, 고위험 가상자산 투자, 빚투 등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체와 대부중개업체들이 ‘충성론’, ‘병장론’, ‘현역 병사 대출’ 등의 이름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연 15~20%의 고금리 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에 따르면 상위 30개 대부업체의 군 장병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40억원을 넘었고, 이 가운데 현역병 대출이 240억원 이상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현역병 대출 잔액만 이미 210억원을 넘어서 연말에는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군 장병 대출 연체율은 7.93%에 달했다. 연체 잔액은 2023년 2200만원에서 약 17억원으로 불어났다. 채무조정을 받는 현역병 수도 크게 늘었다.
한 의원은 금감원의 감독 체계에도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전체 대부업체 약 7700곳 가운데 86.6%인 약 6600곳이 지방자치단체 등록 업체여서 사실상 금감원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하는 곳은 상위 30개사에 불과하고, 군 장병 대상 대부업체의 불법·편법 영업에 대한 제재나 검사 실적은 ‘0건’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협의 중인 현역병 대출 방지 규제 도입도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올해 3월부터 국방부와 협력해 장병 금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의원은 대출 차단 일변도 정책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그는 “대출을 차단하는 정책으로 갈 경우 풍선효과로 장병들이 미등록 대부업체로 몰리거나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수 있다”며 “군 장병을 위한 금융안전망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청년들이 건강한 경제주체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금감원과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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