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인허가 사업장 133곳 중 88곳 미착공
왕숙·교산 등 3기 신도시 물량도 2.8만가구
보상·소송에 발목…정부 ‘착공 단축’ 시험대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정부가 수도권 집값 과열 양상을 잠재우기 위해 주택 공급 속도 제고를 핵심과제로 추진 중인 가운데, 최근 5년간 인허가 난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 사업지구의 66%가 미착공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택지 사업의 결정적인 지연 요인인 토지 보상 난항과 더불어 오염토 정화 등 부지조성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착공 지연이 공사비 상승, 분양가 인상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현장 밀착형 착공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2022년~2026년 8월 사업계획승인(인허가)된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 사업지구별 착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인허가 사업지구 133곳 중 88곳이 첫삽을 뜨지 못했다. 가구수 기준으로 보면 공급이 예정된 공공분양 아파트 9만4766가구 중 6만7192가구가 미착공 상태다.
구체적으로 평택고덕국제화계획지구 A182블록(512가구), 남양주왕숙 S11블록(546가구) 등은 지난 2022년 12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지만 3년 넘게 착공하지 못했다. 미착공된 사업지구에는 고양창릉·남양주왕숙1·2·부천대장·하남교산 등 3기 신도시 사업장(2만7772가구)뿐 아니라 과천과천·광명시흥·광명하안2·남양주양정역세권·수원당수2·의왕군포안산·평택고덕국제화계획·검암역세권 등이 있다. 인허가 공공분양 아파트 사업지구 133곳 중 서울은 서울대방 A1블록(858가구)이 유일한데, 2024년 12월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착공 전이다.
이렇듯 인허가가 나도 삽을 뜨지 못한 88곳 중 81곳이 ‘토지여건 미성숙’ 사유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토지여건 미성숙 요인 중에서도 토지 보상 마찰이 사업 착공을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토지주와의 보상금 증액 협상, 지장물 철거 및 이주 거부, 수용재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소송전 등이 얽히면서 사업 승인 이후에도 수년째 부지 조성 공사 자체가 멈춰 서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화재 조사나 토양 오염 정화 작업까지 겹칠 경우 실질적인 착공 시점은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제 3기 신도시 5곳의 예상 보상금은 12조1450억원이었지만 집행된 금액은 13조1726억원으로 1조 이상 늘었고, 명도소송(보상 절차를 마쳤지만 점유자가 토지·건물을 넘겨주지 않을 경우 인도를 요구하며 제기하는 소송)은 2718건에 달했다.
정부 역시 토지 보상과 부지 조성 지연 문제를 인식하고, 지구 지정과 보상 절차를 동시 추진해 공공택지 사업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절반 가까이 줄이는 ‘최단기 착공 모델’을 구축해 공급 속도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 8·13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하며 인허가-보상-부지조성 등 조성단계별 절차를 병행하고, 보상기간은 현행 1년에서 9개월로 단축하는 등 최단기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토지 보상 문제는 주민 이해관계와 소송 등 법적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히 행정 절차 단축으로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지구 토지 소유주들 중 비닐하우스 등 화훼 농가나 공장, 영세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 생계 기반뿐만 아니라 거주 환경 자체가 해당 생활권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이주 대책이나 보상액을 둘러싼 마찰이 격화되기 쉽고, 보상 마찰과 명도소송 등이 장기화되면 행정 절차를 아무리 단축하더라도 물리적인 착공을 당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토지 보상 및 협의 방식과 절차는 그대로 유지한 채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목표인데, 현장의 보상 마찰을 풀고 보상 기한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정밀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착공이 지연될수록 당초 예상했던 사업비보다 물가 및 원자재가 인상 등으로 공사비 부담이 늘어나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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