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특허법인 두 건물 동시다발 화재
중상 5명·경상 14명…1명 심정지 이송
경찰, 방화에 무게 두고 화재 원인 수사
방화 용의자 오후 종로 동묘에서 검거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50대 정도의 남성이 사무실 입구에 시너를 붓더니 불을 질렀어요. 말통에 시너를 들고 왔어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200m 거리 두 건물에서 연달아 화재가 발생해 1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불이 난 건물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의문의 남성이 들이닥쳐 불을 질렀다고 증언했다. 공교롭게도 두 건물 모두 불이 시작된 곳이 특허법인 사무실이었다. 경찰은 개인적 원한에서 비롯된 방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불이 모두 꺼진 20일 오후 2시30분께 한양빌딩 앞에서 만난 4층 특허사무실 근무 직원은 “말투가 어눌한 남성이 변리사를 찾아왔다”며 “‘○○○(사람 이름)을 아느냐’고 묻더니 입구 쪽에서 시너를 붓고 불을 질렀다”고 설명했다.
20m 거리 정도인 발화 지점과 해당 직원의 자리까지 불이 번진 시간은 1~2초 사이였다. 삽시간에 불이 번지자 직원들은 혼비백산했다. 하지만 출입구에 불이 나서 발이 묶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직원들은 창문을 깨고 건물 외부 휴게 공간으로 피했다. 현장에는 깨진 유리조각과 유리창을 깰 때 사용한 두꺼운 특허법 책 따위가 널브러져 있었다. 긴박했던 화재 직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깨진 창문을 넘어올 때 이마와 허벅지 등이 찢어져 흘린 피도 고여있었다. 4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비상계단에는 피가 묻은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깨진 유리창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이마를 크게 다친 한 직원은 “외부 휴게 공간이 없었으면 아마 탈출을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신발도 신고 나오지 못해 짝이 맞지 않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슬리퍼에는 핏자국도 굳어 있었다.
점심시간 느닷없는 화재로 19명 부상
소방당국에 따르면 20일 오전 11시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서 불이 났다. 길 건너편 한양빌딩 4층에서도 약 7분 뒤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은 오후 12시4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과 경찰, 구청 등 관계기관 인력 291명과 장비 56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한양빌딩은 오후 12시35분께, 신명빌딩은 오후 2시20분에서야 불길이 완전히 잡혔다.
먼저 화재가 발생한 신명빌딩에선 1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중상자 2명 중 1명은 발화지점인 3층 복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직후 병원에 이송돼 현재 맥박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9명이 경상을 입었고 6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한양빌딩에서는 건물 안에 있던 8명이 다쳤다. 3명이 중상을 입고 5명이 경상을 입었다. 전체 부상자들은 서울성모병원 등 10개의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역삼동 빌당 2곳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용의자를 추적 끝에 오후 4시16분 서울 종로구 지하철 동묘앞역 인근에서 검거했다. 소방과 경찰은 화재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과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을 따질 예정이다.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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