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 업체 10곳 중 8곳 “테무 사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방탈출 카페 제작 전문 기업인 RS PROJECT의 노영욱 대표는 일상적인 물건과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개조해 고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간을 연출한다. 새로운 테마에 따라 공간을 재밌게 꾸밀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노 대표에게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Temu)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됐다.
노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몰입감 높은 아이디어를 공간에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새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은 최근 한국 방탈출 산업 전반에서 더 절실해지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방탈출은 이제 K-문화를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이색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의 방탈출 업종 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9.2% 폭증했다. 방탈출 포맷은 전용 카페나 테마 매장을 넘어 신제품과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팝업스토어, 정부 기관 및 지자체의 체험형 프로젝트 등으로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방탈출은 참가자가 특정 규칙과 제한 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하며 방을 탈출하는 게임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 2015년 한국에 도입됐다. 초창기에는 방 안에서 자물쇠를 풀거나 퀴즈를 푸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현재는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 공간을 탐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몰입형 콘텐츠’로 진화했다. 한국방탈출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약 450개 매장에서 2050여개의 다양한 테마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고객들이 다양하고 독특한 테마를 찾으면서 제작자들의 신규 콘텐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새로운 공간을 기획할 때마다 그에 맞는 연출과 장치를 새로 설계해야 하다 보니,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수급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노 대표를 비롯한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테무 등 이커머스에서 다양한 제품을 탐색하고 있다.
한국에 방탈출이 막 도입되던 시기 수학 강사로 일하며 추리 동호회 활동을 하던 노 대표는 동호회원들과 함께 방탈출을 처음 접한 뒤 “이것이 바로 내가 갈 길”이라고 확신하며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그는 스토리 개발부터 문제 및 체험 장치 설계, 인테리어 시공, 소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방탈출 프랜차이즈 브랜드 ‘룸즈에이(ROOMS A)’는 전국 22개 지점을 두고 있다. 인기 매장은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그는 글로벌 유명 브랜드의 체험형 공간을 기획·제작하기도 한다. 공간 특성에 맞춘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기획자, 디자이너, 현장 감리, 소품 제작 담당자 등 프로젝트당 약 10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새로운 테마를 준비할 때 노 대표는 의상과 장식용 소품은 물론, 자물쇠·조명·센서·전자 부품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자재 다수를 테무에서 조달한다. 국내에선 쉽게 구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 희귀 제품을 발굴할 수 있어서다.
노 대표는 “테무는 워낙 다양한 제품군을 한눈에 비교하고 탐색할 수 있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테무를 통해 자재를 수급하면서 테마 하나당 소품 등 비용을 2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노 대표뿐만이 아니다. 테무가 국내 방탈출 업체 및 독립 크리에이터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곳이 “테무에서 구매한 제품을 사용한 적이 있거나 현재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풍부한 선택지, 합리적인 가격, 신뢰할 수 있는 배송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 방탈출 제작사 대표는 “현재 국내 방탈출 업체 중 테무를 쓰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방탈출 업체 대표 역시 “합리적인 가격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플랫폼이 됐다”고 덧붙였다.
방탈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고도화되면서 테무는 이색적인 경험을 만드는 소상공인과 독립 크리에이터들에게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제한된 예산에서도 다양한 소품을 기획·테스트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평가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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