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첫 번째 공개변론
故 이예람 중사 사건 참고인 변호사가 청구한 사건
법무부 “수사밀행성 침해” vs 변협 “권리보호 부족”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헌법재판소의 재판취소 사건 첫 공개변론이 21일 열린다.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게는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대법원 결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가 쟁점인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김영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가 대법원의 결정을 두고 제기한 재판취소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소원 제도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헌재법에는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헌법·법률을 위반했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 소송 당사자가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 전의 헌재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특별검사팀(안미영 특별검사)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특검팀은 참고인 신분이던 김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서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사본 교부를 요청했지만 특검팀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 처분과 영장 사본 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준항고는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요청하는 절차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5월 김 변호사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대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해당 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영장 사본 교부 거부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아닌 제3자에게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교부할 의무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김 변호사와 특검팀은 각각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2월 양측의 재항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대법원 결정이 자신의 평등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지난 4월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핵심 쟁점은 압수수색 대상이 피의자인지 여부에 따라 영장 사본 교부 의무를 달리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앞선 사건에 적용된 형사소송법 118조는 압수수색영장을 처분받는 사람에게 반드시 제시하도록 하면서, 처분받는 사람이 피고인인 경우에는 영장 사본을 교부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법 219조는 이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도 준용하도록 했다.
김 변호사 측은 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피의자인 피압수자와 피의자가 아닌 피압수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 사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방어권 보장의 측면에서 피의자인 피압수자와 피의자 아닌 피압수자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 아닌 피압수자에게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교부할 경우, 피의자에게 수사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수사의 밀행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해관계인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서면 의견을 통해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협은 “수사의 밀행성 유지의 필요성은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해 영장을 제시하는 순간부터 현저히 줄어든다”며 “단순한 영장의 제시만으로는 피의자 아닌 피압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헌재가 직권으로 지정한 참고인인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증거 인멸의 동기가 가장 큰 피의자에게는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교부하도록 한다”며 “수사의 실효성은 피의자 아닌 피압수자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을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당사자 변론과 이해관계인, 참고인 진술을 듣고서 대법원 결정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추후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해당 결정에 적용된 형사소송법 조항의 위헌성도 함께 검토한다.
헌재는 이틀 뒤인 오는 23일 녹십자의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관련 재판취소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이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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