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국산 반도체 2029년 양산차 적용
“단기 수익 기여 작지만 미래 위한 투자”
개발·차량 검증에 4~5년…장기 공급 안정성 강조
국내 파운드리 우선 활용…해외는 보완적 역할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모비스가 이르면 오는 2029년 현대자동차·기아 차량에 국산 반도체를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해외에 의존해온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바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공동 개발 중인 차량용 시스템반도체가 현대차·기아의 양산차에 처음 탑재되는 목표 시점은 2029년”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부터 개발 중인 반도체를 차량 개발 초기 단계의 시험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ASK 출범 이후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19건의 협업 과제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13종의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9종은 현대차·기아와 협의해 적용을 목표로 하는 양산 차종까지 선정한 상태다.
다만 개발에 착수한 반도체가 실제 차량에 탑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차량용 반도체는 높은 온도와 진동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만큼 일반 전자제품보다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반도체 개발을 마치고 신뢰성 검증을 거치더라도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양산까지 4~5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통상 반도체 개발에 2~3년, 차량 적용을 위한 검증에 추가로 1년 반에서 2년 반 정도가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가 당장 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그는 “반도체는 단가가 낮고 첫 차종에 적용된 이후 검증을 거쳐 후속 차종으로 확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현대모비스의 매출과 이익에 유의미하게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이런 노력과 투자를 하지 않으면 향후 현대모비스의 부품 사업은 물론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사업에도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당장의 재무적 성과보다는 멀리 보고 하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수익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가 모바일·통신용 반도체보다 개발과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제품별 양산 물량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이 사장은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차량용 반도체가 갖는 장기적인 사업성에 주목했다.
그는 “모바일이나 통신용 반도체는 제품 교체 주기가 짧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한 번 개발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며 “자동차 한 모델의 수명은 보통 4~5년이고, 개발한 반도체를 두 개 차종까지 적용할 수도 있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수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생산 기반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되, 국내 생산이 어려운 제품에 한해 해외 업체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적으로 해외 파운드리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국내 파운드리를 우선 활용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파운드리는 국내 업체가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로 활용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율은 여전히 5%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이 사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의 기술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 분야는 관련 기업과 설계 역량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정부와 SK키파운드리 등과 협력해 전력반도체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설계업체들이 과도한 비용 부담 없이 반도체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장은 “시스템반도체는 국내에 우수한 설계기업들이 있어 협력체계를 잘 구축하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전력반도체는 국내 설계 기술과 생산 기반이 부족한 만큼 연구개발용 파운드리 인프라 확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산 반도체의 적용 범위를 현대차·기아 이외의 해외 완성차 업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열어뒀다.
이희현 현대모비스 상무는 “우선 현대차·기아 양산차에 반도체를 적용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해외에서도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생산 물량을 늘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만큼 해외 공급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에 대비해 기존 13종 협업 과제와 별도로 국내 기업과 통신용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하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는 다른 산업에서 검증된 반도체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데 우선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SDV가 확대되면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기반은 아직 미미하다”며 “현대모비스가 완성차 업체의 수요와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을 연결하는 역할을 통해 국내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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