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레이스 바이 코알라’]
[‘매트 레이스 바이 코알라’]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일본에서 잠을 가장 잘 자는 사람에게 약 19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는 이색 대회가 열렸다. 참가 신청만 약 4만7000건이 접수됐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참가자들이 수면의 질을 겨뤘다.

20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호주 침구·가구 브랜드 코알라는 지난 5일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오야마에서 ’매트 레이스 바이 코알라(Matt Race by Koala)’를 개최했다.

대회 우승 상금은 222만엔(약 1900만원)이다. 잠자는 모습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Zzz’에서 착안해 정한 금액이다.

주최 측은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고 충분히 잠을 자는 경험을 하나의 경쟁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쟁률 700대 1 넘어…90분 동안 누가 더 잘 자나

이번 대회에는 약 4만7000건의 참가 신청이 접수됐다. 경쟁률은 700대 1을 넘었으며 최종 선발된 65명이 경기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세 차례로 나뉘어 진행된 경기에 참여했다. 한 경기의 수면 시간은 90분으로, 참가자들은 행사장에 마련된 매트리스에 누워 잠을 청했다.

대회의 평가 기준은 잠을 얼마나 오래 자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고 깊게 잠드는지에 맞춰졌다.

참가자들은 이마와 귀 뒤쪽에 수면 측정 장치를 부착했다. 주최 측은 뇌파를 이용해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과 수면의 깊이, 수면 중 안정성 등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는 대회 자체 기준에 따라 수면 점수로 환산됐다. 세 차례 경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참가자들이 함께 가벼운 체조를 하며 잠잘 준비를 했다. 이후 각자 베개와 이불을 정리하고 진행자의 신호에 맞춰 잠을 청했다.

참가자들의 복장과 수면 자세도 제각각이었다. 자신이 준비한 잠옷을 입거나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리는 참가자가 있었고, 팔다리를 벌리고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행사에서는 우승자 외에도 2위에게 22만2000엔(약 19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상위 입상자들에게는 매트리스도 부상으로 제공됐다.

초인종·택배 기사 목소리·미러볼까지…우승자는 24세 여성

수면 경기 도중에는 참가자들을 깨우기 위한 방해 요소도 등장했다.

주최 측은 현관 초인종을 울리거나 택배 기사가 방문한 상황을 연출했다. 미러볼을 이용해 행사장에 빛을 비추기도 했다.

총 세 차례에 걸친 방해가 이어지자 잠에서 깨는 참가자들이 나타났다. 일부 참가자는 소리와 빛에도 반응하지 않고 잠을 이어갔다.

경기는 시작 90분 뒤 진행자의 기상 안내와 함께 종료됐다. 참가자들의 수면 점수를 종합해 최종 순위가 결정됐다.

우승은 도쿄도 무사시무라야마시에 거주하는 24세 여성이 차지했다.

우승자는 평소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잠을 잘 자는 편이라고 밝혔다. 과거 큰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이브 공연장에서 잠든 경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낯선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누워 잠을 자는 상황이 걱정됐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세 차례의 수면 방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별상도 수여됐다.

수면의 깊이를 평가하는 ‘숙면 다이브상’을 비롯해 독특한 자세로 잠든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뒤척임 아크로바트상’ 등이 마련됐다.

대회 현장은 일본 동영상 플랫폼 니코니코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잠드는 과정과 경기 결과를 스포츠 중계처럼 전달했다.

행사를 기획한 크리에이터 아프로망스는 마이니치신문에 수면은 매우 사적인 행위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경쟁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수면을 경쟁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잠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수면 부족한 한국·일본…국내 수면장애 진료 128만명 넘어

일본에서 수면을 소재로 한 대회가 화제를 모은 배경에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 문제가 있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평균 수면시간이 짧은 국가로 꼽힌다.

OECD의 2021년 수면시간 관련 비교 자료에서도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 역시 수면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국가에 속한다.

한국에서도 수면장애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128만1695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2만7693명과 비교하면 4년 사이 24.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95만4078명이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에는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증, 수면·각성 주기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이 포함된다.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잠을 자더라도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 문제가 지속되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면 부족은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피로감 증가 등을 유발하며 장기간 이어질 경우 신체 건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에게는 하루 7~9시간의 수면이 권장된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연령 등에 따라 필요한 수면시간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수면을 경쟁 종목으로 만들어 충분히 잠을 자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로 기획됐다.

주최 측은 잠자는 행위를 하나의 스포츠처럼 경험할 수 있도록 행사를 구성하고, 수면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rainb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