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공급망 다변화 추진
차량용 컨버터 상위 5개사 점유율 96%…해외기업 장악
中, 자율주행 반도체 자체 개발…가격 경쟁력 강화
국내 기업과 공동개발 확대…전기차 원가 절감도 노려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의 해외업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반도체까지 자체 개발하며 빠르게 추격하자,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종선 현대차 AVP본부 반도체개발실 상무는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제2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김 상무는 “중국은 이제 자율주행 시스템온칩(SoC)까지 직접 만들어 차량에 탑재하는 시대가 됐다”며 “개발 속도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소수 해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2025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차량용 SoC 시장에서 상위 5개 기업의 점유율은 74%에 달한다. 차량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도 상위 5개 기업이 8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컨버터 시장은 해외 기업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상위 5개 기업의 점유율이 96%에 달하며,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43%)와 아날로그디바이시스(ADI·42%)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85%를 차지한다.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에 그쳤다.
현대차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반도체 규격을 표준화하고 공급업체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여러 업체의 반도체를 호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발 비용과 부품 관리 부담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공동개발도 확대한다. 신차 개발 초기부터 필요한 반도체의 성능과 개발 일정을 공유하고, 실제 차량에 적용하기 위한 검증까지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도 수요기업으로 참여해 국내 업체들의 개발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협력은 자동차의 전자·전기 구조가 바뀌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차량의 여러 기능을 각각의 반도체가 제어했다면, 앞으로는 중앙 제어기를 중심으로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고성능 제어 반도체와 전력 관리 반도체, 차량용 통신칩 등을 국내 기업이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
현대차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정홍 현대차 전동화설계센터 상무는 “현재 차량용 SiC 전력반도체는 인피니언이나 ST 등 유럽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SiC 웨이퍼부터 반도체 소자, 모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유럽 업체들이 품질에서 앞서 있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가격과 공급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도 기술력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도체 국산화는 전기차 원가를 낮추는 데도 중요한 과제다. 전력반도체가 전기차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차량의 성능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전력반도체는 파워모듈 원가의 40~6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효율뿐만 아니라 차량 가격 경쟁력에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이에 따라 전력 효율이 높은 차세대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전기차 주행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2021년 아이오닉 5와 EV6에 처음 적용한 데 이어 기존 800V 중심에서 400V 시스템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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