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보호 속 우회수송·해상환적 확대
이란 ‘최대무기’ 호르무즈 봉쇄 영향 약화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중동에서의 원유 수출이 이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은 오만 측 항로로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려는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려 하고 있지만, 그 ‘위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의 자료를 인용해 중동산 원유 수송량이 지난 18일까지 일주일간 하루 평균 2400만배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 발발 전에는 하루 2330만배럴이었는데, 오히려 전쟁 전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중동 국가들의 원유 수송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과 대체 경로를 통해 수출한 물량을 합친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송유관을 활용해 해협을 우회하는 물량을 크게 늘렸다.
케이플러는 지난달 이란을 제외한 걸프 지역 원유 수출의 약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수출됐다고 추산했다. 최근에는 페르시아만 내부에서 원유를 실은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 인근에서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의 ‘셔틀 운항’ 방식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유조선들이 위험 구간을 통과할 때 위치 추적 신호를 끄고 운항한 뒤 오만 인근에서 장거리 운송 선박에 원유를 넘겨주고 다시 페르시아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셔틀 운항은 위험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성이 보장돼 널리 쓰인다고 전해졌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라크산 원유는 전쟁 전보다 배럴당 20달러 비싸게 되팔 수 있어 초대형 유조선 한 척당 약 4000만달러(약 530억원)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셔틀 운항을 세 차례만 해도 중고 유조선 한 척 가격인 1억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셔틀 운항에 나서는 선원들에게도 위험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중국의 한 선원 파견업체는 1∼2주짜리 왕복 항해 한 차례에 최대 2만5000달러(약 3300만 원)의 급여를 제시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막아서고 이라크내 반군이 동서송유관을 공격한 이후, 아예 정책적으로 셔틀 운항을 대안으로 장려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수출이 늘어나는 데에는 미군의 엄호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미군은 오만 해안을 따라 설정된 항로에서 공중 엄호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물량을 하루 평균 약 1400만 배럴까지 끌어올렸다는 게 케이플러의 분석이다. 이는 전쟁 전의 82% 수준에 달한다.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면서, 오만 쪽 항로로 가려는 선박이나 위치추적기를 끄고 운항하는 선박을 발견하면 공격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군의 공중 엄호와 우회수송, 해상 환적이 결합한 새로운 운송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원유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석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위험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 수송 체계가 상당히 정착했고, 수출 관계자들의 위험 감수 의지도 커졌다”고 전했다.
이란의 최대 무기였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그 위력을 잃으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 지렛대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세인은 “이란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역내 원유 흐름을 통제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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