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선란 1억3324만개 수입

미국·태국·브라질 17곳 사육면적 미확인

신장식 의원 “수입란 검증체계 점검해야”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정부가 올해 1200억원 넘는 예산을 편성해 수입한 계란에 사육환경번호 ‘4번’을 표시하면서도 실제 해외 농장의 사육면적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농가에는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를 요구하면서 수입계란은 해당 기준 충족 여부를 검증할 자료조차 확보하지 않아 관리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입된 신선란은 약 1억3324만개로 집계됐다. 정부가 올해 신선란 수입사업에 책정한 축산발전기금은 1219억3100만원이다. 해당 금액은 정산 전 사업비다.

식약처가 제출한 수입계란 해외 작업장은 미국 15곳, 브라질과 태국 각각 1곳 등 총 17곳이다. 이들 작업장에서 수입한 계란에는 모두 사육환경번호 4번이 표시됐다.

계란 껍데기에 표시하는 사육환경번호는 닭을 기른 환경을 구분하는 제도다. 1번은 방사, 2번은 축사 내 평사,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를 뜻한다. 국내 기준상 개선 케이지는 닭 한 마리당 0.075㎡, 기존 케이지는 0.05㎡의 사육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문제는 수입계란에 표시된 4번이 실제 사육환경을 확인한 결과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4번은 국내 법령상 기존 케이지 기준면적을 충족하면서 마리당 사육밀도가 0.075㎡ 미만인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식약처는 수입계란의 사육환경번호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 증빙서류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육환경번호는 수입영업자 책임하에 표시한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태국, 브라질 정부가 발급한 수출위생증명서에도 사육방식이나 마리당 사육면적을 기재하는 항목은 없었다.

aT 역시 해외 농장의 사육방식과 사육면적은 수입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확인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농식품부도 수출국의 사육환경 검토자료와 식약처 협의자료가 없고, 수입계란의 국내 표시기준 충족 여부에 관한 별도 내부·법률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계란의 무게와 산란일, 유통기한, 냉장 보관조건 등은 구매계약에서 구체적으로 관리했다. 미국산은 개당 56.7g, 태국산은 60g, 브라질산은 61.42g 이상으로 규정했다. 산란일과 운송 중 보관온도도 계약조건에 포함했지만 사육면적과 사육방식은 빠졌다.

미국의 사육기준과 비교하면 확인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미국 계란생산자단체(UEP)의 2025년 케이지 사육 지침은 백색 산란계의 최소 사용면적을 마리당 약 0.043㎡, 갈색 산란계는 약 0.049㎡로 정하고 있다. 국내 기존 케이지 기준인 0.05㎡보다 좁다.

다만 이는 미국 업계의 인증기준으로, 실제 한국에 계란을 수출한 농장의 사육면적이 해당 수준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입계란의 사육환경번호가 잘못 표시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핵심은 정부가 실제 사육면적을 검증할 자료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농가에는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산란계 사육면적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기존 농가에는 2027년 8월까지 자율적 이행관리 기간을 두고 있으며, 같은 해 9월 이후에는 사육환경번호 4번을 삭제할 방침이다.

수입계란의 생산단계 안전관리도 점검 대상으로 지목됐다. 유럽연합(EU)은 성장촉진용 항균제 사용 관리 등을 이유로 브라질을 관련 수입 허용 목록에서 제외했고, 지난 9월부터 브라질산 계란의 EU 수입이 제한됐다. 반면 한국으로 수입된 브라질산 계란은 해당 EU 규정이 채택된 이후인 지난 6월 28일 선적됐다.

다만 EU의 수입제한 조치가 국내 수입계란의 안전성 문제를 입증하거나 한국에서도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브라질산 계란 수입에 대해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시범적 조치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신 의원은 “국내 농가에는 계란 안전을 이유로 0.075㎡ 기준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정작 국민 세금으로 들여온 수입란은 실제 사육환경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며 “미국 업계 인증기준만 봐도 0.05㎡ 미만의 사육환경이 가능한 만큼 정부는 실제 수입농장이 4번 기준을 충족하는지부터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EU의 수입제한이 곧 국내 수입금지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수입계란의 생산단계에서 어떤 검증이 이뤄졌는지 정부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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