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2구·한강벨트 격차 15억→11억 줄어
세제개편·대출규제 강화로 고가 지역 위축
전월세 불안·공급 부족으로 생존 매수세↑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강남과 비(非)강남 간 집값 격차 축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강남2구(강남·서초)와 한강벨트 지역의 아파트 평균값 차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7%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주택을 겨냥한 세제·대출규제 강화로 강남권 가격은 내리고, 갈아타기 수요와 전월세난으로 인한 생존 매수세가 집중되며 한강벨트·중저가 지역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 같은 추세에 대해 ‘평탄화 과정’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주거 수요가 높은 중저가 지역의 집값 상승이 이어지며 서민의 내집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2구 평균값 29.9억→26.5억원…노도강 등 외곽과 격차 16% 줄어
22일 헤럴드경제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금액을 분석한 결과, 강남2구의 평균값은 지난해 6월 29억9332만원에서 지난달 26억5068만원으로 3억4264만원 하락했다. 반면 강동·광진·동작·마포·성동구 등 한강벨트 5개 자치구 평균값은 같은 기간 14억9083만원에서 15억4710만원으로 뛰어 15억선을 넘겼다. 이에 따라 두 권역의 평균값 격차는 지난해 6월 15억248만원에서 올해 9월 11억357만원으로 26.5% 급감했다.
한강벨트뿐 아니라 외곽 자치구도 강남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평균값은 6억2123만원에서 6억6504만원으로 상승해 강남2구와의 격차가 23억7208만원에서 19억8564만원으로 축소됐다. 평균값이 7억2888만원에서 7억4670만원으로 오른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의 경우 강남2구와의 갭이 22억6443만원에서 19억398만원으로 감소했다.
서울에서 올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 가장 높은 성북구와 서대문·은평구 등 서북권 자치구(한국부동산원 통계, 상승률 15.68%)의 평균값은 지난해 6월 9억4296만원에서 올해 9월 9억7245만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강남2구와의 차이가 20억5036만원에서 16억7823만원으로 3억7213만원(18.1%) 축소됐다.
세제·대출규제 강화로 강남권 매수심리 위축…중저가 등 생존 매수세 증가
서울 전역에서 강남2구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든 건 고가 주택에 집중된 정부의 대출·세제 규제와 중저가·실수요 매수세 급증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출범 직후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규제, 주택가액별 대출 한도를 차등화하고 서울 전역·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10·15대책 등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시행해 왔다. 또한 고가 주택의 보유세·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는 8·3 세제개편안 영향으로 강남권의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절세 목적의 급매물 출회가 잇따르며 강남과 서초 일대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 8월 둘째 주(-0.02%) 아파트값이 하락전환한 뒤 10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서초구 또한 같은 주(-0.04%) 하락세로 전환해 10주째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한강벨트와 중저가 지역은 대출 규제 문턱이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실수요 진입이 용이해 오히려 매수세가 몰리는 양상이다. 세제 규제 등으로 세 부담 확대 폭이 작은 ‘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 강화 및 공급 부족으로 서울 전월세난이 극심해지며 나타나고 있는 실수요자의 생존 매수세가 중저가 지역의 가격 하한선을 높이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45건으로 지난해 6월 초(2만5943건)와 비교하면 20% 감소했다.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매매 시장으로 이동한 임차 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이 지속되자 이 대통령은 ‘평탄화 과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다행스러운 건 최근 오르는 강남을 포함한 지역의 하락이 시작돼 (강남 외 지역으로) 계속 하락이 확산하고 있다”며 “전에는 (가격이) 강남은 꼭대기, 다른 데는 낮은 식이었는데 여기(강남)은 내리고 여기(강남 외 지역)는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남과 비강남 격차 축소가 정책적 부작용에 따른 결과라며 토지거래허가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과 한강벨트, 외곽 집값 격차가 줄어드는 현 상황이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탈(기초여건)로 인한 변화가 아니라 대출, 전월세 불안 등 각종 규제에 따른 결과”라며 “토지거래허가 등 규제가 완화되면 오히려 당장 급하게 사려고 했던 수요가 일부 잠잠해지고, 전월세 매물이 풀리면서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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