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 경영권 분쟁 속 2024년 11월 소송 제기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영풍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 매수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 김석범)는 영풍이 지난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약 8370억원 규모 주주대표소송 선고기일에서 22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이사의 잘못된 판단이나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도 회사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경우 주주가 직접 이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형식적으로 소송의 원고는 주주지만,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게 되면 주주 개인이 아닌 회사에 귀속된다.

재판부는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사주 취득 한도 관련 법령·정관 위반이라는 영풍 측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자사주 공개 매수는 외부 법률자문 등을 검토한 뒤 일정 비율 할증에 의한 가격 조건 및 자금조달 방안을 전제로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라고 봤다.

이어 “상법상 자기주식 취득 가액 한도 규정은 취득할 수 있는 가액 회계관념상 총액 규모를 제한한 규정일 뿐이어서, 어느 항목을 재원으로 한 것인지를 갖고 규정 위반 여부를 논할 수 없다”라며 “특정 목적 임의 준비금은 규정이 열거한 항목에 해당하지 않아 법령 위반이라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앞서 2024년 9월부터 현재까지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같은 달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섰다. 그러자 최 회장 측은 이사회를 열고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섰고 주당 89만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영풍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 회장 등 경영진 지위 보전을 위한 것에 불과하고 합리성이 결여돼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으며, 주총 결의로 적립하는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자사주 취득에 사용한 것은 취득가액 제한을 정한 상법 규정 위반이라며 2024년 11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공개 매수 가격과 시가 차액 등을 근거로 6732억원을 청구했다가 이후 청구액을 약 8370억원으로 늘렸다.

최 회장 측은 2024년 10월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 열세를 극복하고자 했다. 조달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이 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황 목적으로 쓴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고자 회사가 돈을 빌려 주주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를 철회하며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라며 사과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1월 최 회장 측 유상증자 시도 사건을 검찰(현 공소청)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 이첩했다. 금감원은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었고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논란을 들여다봤다. 해당 사건은 서울남부지검(현 서울남부지방공소청)에 배당됐다.


bel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