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개인 소장품을 둘러싼 논란 속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마지막 공식 일정을 마치고 퇴장하게 됐다.

유 관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인 실수로 인한 사과 뜻을 밝히며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유 관장은 “지난해 7월21일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 관장으로 부임해 처음 출근했을 때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예년보다 50% 많은 관람객이 모이며 연간 관람객 650만명을 달성했고, 세계 3위를 기록한 부분은 지금도 가슴 벅찬 순간”이라고 했다.

유 관장은 “우리 역사·문화의 심장으로, K-컬처의 뿌리를 보여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며 “아쉽고 미안하기만 하다. 박물관을 떠나더라도 (박물관이 추진한)여러 사업은 힘껏 도와드리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소속 지역 박물관에 자주 내려가지 못했다”며 “나 자신의 실수로 인한 죄책감, 그리고 (박물관에 대한)자랑, 사랑을 안고 떠난다”고 했다.

유 관장은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부활’ 속 문장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최근 국정감사 중 “톨스토이는 ‘부활’에서 사랑과 자랑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실수와 죄책감은 현재형으로 남는다고 했다”고 한 바 있다.

유 관장은 “톨스토이가 말한 두 가지 모두 갖고 박물관을 떠난다”고 했다.

국립박물관 80여년 역사상 관장이 개인을 둘러싼 문제로 사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유홍준 “부끄럽고 깊이 뉘우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논란이 된 유물은 이곳 내 올해 7월 개막한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서 소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 문구를 담은 유묵이다.

박물관은 당초 이 유묵을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 글씨로 소개했지만, 외부 제보를 거쳐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로 결론냈다.

이 과정에서 유 관장이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5만원에 유묵을 구입하고, 전시 개막 두 달여 전 전시품으로 추천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었다.

유 관장은 19일 국감에서 ‘일반시국은’ 유묵에 대해 감정받은 적이 있느냐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나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라 확신했다”고 했다고 당시 연합뉴스는 전했다.

같은 당 윤용근 의원이 ‘작품을 전시하기 전 어떤 절차로 검증했느냐’는 물음에 “서화사를 전공하는 개인적 감정 결과”라고 전공 분야를 정정했다.

유 관장은 “‘일반시국은’ 유묵을 내놓으며 내 소장품이라고 밝히지 않은 건 내 개인 자랑이 될까봐”라며 “이후 박중양 작품으로 밝혀진 뒤에는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다. 부끄럽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유 관장의 사의를 전날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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