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금리 ‘동결’ 배경
선제 인상 정책효과·금융상황 확인
인플레 우려 여전…성장세도 커져
신현송 “내년 물가 전망치 웃돌것”
긴축기조 유지…11월 인상 전망도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이번엔 ‘쉼표’를 찍었지만 긴축의 고삐는 여전히 죄고 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라는 표현을 유지한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매파적 동결’로 보고 있다. 물가나 성장 등 주요 지표가 여전히 긴축을 가리키고 있는 만큼, 다음 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한 데는 최근 연속 인상에 따른 정책 효과를 점검한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직전 회의에서 관례를 깨고 선제적 인상을 단행한 만큼 대출금리와 가계대출, 주택시장 등에 금리 인상이 반영되는 흐름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도 동결 명분을 키웠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7·8월 각각 1488.9원, 1404.4원이었는데 이달(21일까지)에는 1339.2원까지 급락했다. 21일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9원 내린 1325.2원으로, 4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2024년 10월 2일(1319.3원)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 국제유가 상승, 달러 강세 등 환율 상승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세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에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환수급 개선 등에 힘입어 상당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본지 10월 20일자 1면 기사 참조>
반면 물가나 성장, 금융안정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금리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를 걷어내면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근원 품목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3% 내외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중동 갈등 재점화에 9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3.7달러로 28.1% 뛰었다. 9월 수입물가는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했고, 9월 생산자물가 또한 두 달 연속 올랐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 총재는 “앞으로 물가는 높아진 비용압력의 전이가 지속되고 수요자 측 압력도 점차 커지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8월 전망치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에는 기존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나날이 개선되고 있는 성장 여건도 인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한은은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3%, 2.9%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높였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불균형도 계속 쌓이고 있다. 한국의 중장기 금융불균형을 가늠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2024년 1분기(37.6) 이후 올해 2분기(46.5)까지 9분기 연속 상승하며 장기평균에 도달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비해 가계신용 증가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9월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가 올해 처음으로 꺾였지만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상반기 말 기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1년 새 15.5% 오르며 2021년 11월(17.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11월로 쏠린다. 8월 공개한 점도표 중간값(3.25%)도 내년 2월까지 한 차례 추가 인상을 가리켰다. 이번 회의에서는 점도표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연내 3.25%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는 11월 3.25% 인상과 내년 1분기 최종금리 3.5%를, 한국씨티은행은 11월과 내년 2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으로 최종금리 3.5%를 내다봤다.
다음 회의까지 얼마나 높은 물가 상승세와 경제 성장세를 확인하느냐가 금리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 얼마나 높은 성장세를 확인할지 등이 관건이다. 특히 다음달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높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가 인상 논리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물가 안정을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국제유가도 계속 1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들이라 물가 압력 자체가 시차를 두고 또 올 수 있어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간 성장률이 한은 전망보다 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도 불안한 모습”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김벼리·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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