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소방안전교부세 27.6% 감소 전망

담배 개소세 45% 배분 구조 한계 부각

정부, 국가·지방 재정 분담체계 개선 검토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촉발된 소방 예산 논란이 담뱃세 인상론으로 번지고 있다. 담배 판매량 감소로 소방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11년째 동결된 담뱃세를 올려 부족한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담뱃세를 올리더라도 담배 소비에 따라 소방 재원이 좌우되는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 만큼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9월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는 7605억원으로 올해(1조502억원)보다 2897억원(27.6%) 감소할 전망이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정부가 소방공무원 인건비와 소방차·구조장비 확충 등에 필요한 재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제도다. 행정안전부는 담배 판매량 감소에 따른 개별소비세 수입 전망과 지난해 실제 세입 정산 결과 등이 반영된 것으로, 정부가 임의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방 예산 논란이 담뱃세 문제로 옮겨붙은 이유는 소방안전교부세의 재원 조달 방식에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의 45%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배분한다. 담배 판매량이 줄어 세금이 덜 걷히면 소방 재원도 감소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2015년 담뱃값 인상 당시 만들어졌다. 정부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면서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세수의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배정했다. 담배에서 걷은 세금 일부를 화재 예방과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2020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맞춰 인력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기 위해 배분 비율을 45%로 확대했다.

문제는 소방공무원 인건비는 보수 인상과 호봉 상승 등으로 늘어나는 반면 담배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22년 36억3000만 갑에서 2023년 36억800만 갑, 2024년 35억2900만 갑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이 때문에 부족한 소방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담뱃세 인상이 거론된다. 현재 일반 궐련 담배 한 갑(20개비)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594원으로, 2015년 도입 이후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담뱃값 역시 4500원으로 11년째 동결된 상태다. 물가 상승으로 담배의 실질 가격이 낮아진 만큼 세율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담배 매대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담배 매대 모습 [뉴시스]

실제 담배 개별소비세를 한 갑당 300원 인상하면 소방 재원을 상당 부분 보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4년 담배 판매량인 35억2900만 갑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약 1조587억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

현행 배분 비율인 45%를 적용하면 소방안전교부세 재원은 약 4764억원 늘어난다. 내년도 교부세 감소 예상액인 2897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다만 세율 인상 이후 담배 판매량이 감소하면 실제 추가 세수는 이보다 적어질 수 있다.

담배에서 걷은 세금 중 소방에 배분하는 몫을 늘리는 방안은 다른 재정 수요와 충돌한다. 소방안전교부세로 배분되는 45%를 제외한 나머지 55%는 내년부터 지역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소방 몫을 늘리면 지역 의료 재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배분 비율을 추가로 높이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 필수의료 재원과의 충돌 문제를 지적하자 박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담뱃세 인상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7월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이 담뱃세를 추가로 인상해 흡연을 줄이고 국민 건강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담뱃세 인상만으로 소방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흡연자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장기적으로 담배 소비가 줄어들면 소방 재원이 다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 재정의 지방정부 의존도가 높은 현행 체계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소방사무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다. 정태호 의원은 전날 종합국감에서 소방 예산의 국비 비중이 2021년 14.9%에서 10.7%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지방비 비중은 약 85%에서 89.3%로 높아졌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장비 확충 등에 투입할 재원도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전체 소방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은 2022년 약 71%에서 76%로 높아진 반면 사업비 비중은 28.7%에서 24.2%로 낮아졌다. 정 의원은 독일의 소방보호세와 핀란드의 화재보험료 부담금 등을 사례로 들며 국비 지원 확대와 재원 확보 방식의 다변화를 제안했다.

이에 박 장관은 “국가와 지방의 분담 원칙과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소방공무원의 근로환경 개선과 첨단안전장비 확충, 안정적인 소방 재원 확보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지방정부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사항과 중장기적인 제도 개편 필요성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