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우파 약진에도 플라비우 미국행
의회 다수 차지한 우파, 구심점 잃어
합리적 우파, 중간지대로 이동 가능성
룰라, 의회 내 우파와 협상 여지 확대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미국으로 떠난 것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총선에서 우파 진영이 의회 내 우위를 확보했지만, 보우소나루 가문의 지도력이 약화하면서 보수 야권의 결집력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회 내 우파 세력이 룰라 대통령과 강경하게 대립하기보다 실용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룰라로서는 정치력을 바탕으로 국정 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정치 분석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전날 플라비우의 미국행으로 보수 진영에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서 룰라 대통령의 의회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5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이달 초 총선에서는 우파 정당들이 약진했다. 보우소나루가 소속된 자유당(PL)은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최대 정당이 됐다.
이에 룰라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플라비우가 대법원의 여권 제출 명령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출국이 보수 야권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미국이 보우소나루 가문을 돕기 위해 내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룰라 대통령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는 자신이 ‘선거 쿠데타’의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선거 부정의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브라질 연방 선거법원은 룰라 대통령의 승리를 공식 인정했고, 각국 지도자와 국제 선거감시단도 결과를 인정했다. 자유당 역시 그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동맹들마저 거리를 두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균열도 가시화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글로벌 위험관리 컨설팅업체 컨트롤리스크의 로드리고 루소 파트너는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플라비우의 미국 도피는 룰라 대통령에게 이익이 된다”고 평가했다.
텐텐시아스 콘술토리아의 하파엘 코르테스 파트너도 “일반적으로 새 임기를 확보한 정부와 협력하려는 의지가 더 커지기 마련”이라며 “대화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의 한 보좌관도 남은 우파 야권이 앞으로 더 실용적인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룰라 대통령이 의회 내 우파의 의석 우위를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야권의 구심점이 약해진 틈에 개별 정당 및 의원들과 협상할 여지를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우소나루 가문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부터 복역하다 지난 3월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가택연금으로 전환됐다. 플라비우의 동생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역시 미국에 체류하며 귀국 가능성이 낮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다른 자녀 3명도 보우소나루주의를 계승할 인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이르의 부인 미셸 보우소나루는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달 상원의원에 당선돼 새로운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룰라 대통령도 국가채무 증가세 억제와 좌파 후계자 육성 등 과제가 산적하지만, 강경한 우파 야권을 상대하는 부담은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다.
플라비우의 미국행은 미국과 브라질의 외교 관계에도 새로운 변수가 됐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재판을 ‘박해’라고 규정하며 브라질 대법관 8명의 비자를 취소하고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루소 파트너는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이 브라질에 대한 제재와 관세 부과를 요구하며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보우소나루 가문을 지원하기 위해 브라질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험관리 컨설팅업체 레인(RANE)의 마리우 브라가 분석가는 미국이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 한다는 점을 들어, 보우소나루 지원을 위해 큰 외교적 비용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적 현안에서 중남미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브라질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기보다는 실용적인 협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가 분석가는 “이는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나온 판단”이라며 “미국이 미주대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벌이는 전략적 경쟁에서 브라질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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