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세실업 TG법인 생산공장 가보니

원단 검사·포장 등 생산 공정 전반 자동화

공정별 최적화로 경쟁력 확보…에너지 절감도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띠엔장성 한세실업 TG법인 7공장에서 연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 연단기를 도입해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박연수 기자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띠엔장성 한세실업 TG법인 7공장에서 연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 연단기를 도입해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호치민)=박연수 기자]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띠엔장성 한세실업 TG법인 7공장 앞. 오토바이 수백 대가 공장 앞을 빼곡히 메웠다. 한세실업의 생산 현장을 떠받치는 직원들의 발이다.

한세실업의 베트남 법인은 전체 생산량의 52%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2001년 첫 생산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인력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키워왔다. 그중 TG법인에는 4300명이 근무하며 연간 4000만장 규모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TG법인 7공장 안은 미싱 소리와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직원들은 각 공정에서 분주히 움직였고, 천장에는 공장 내부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거대한 팬이 돌아갔다. 이 공장에는 840명이 근무한다. 연간 생산량은 284만장, 월평균 23만6000장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원단 입고부터 재단·봉제·물류까지 생산 과정이 데이터로 연결된다. 원단에는 바코드가 부여되고, 재단과 봉제 과정에서는 생산량과 불량 정보가 실시간으로 입력된다. 작업물을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일도 행거 시스템과 자동운반장치가 맡는다. 사람의 손에 의존하던 의류 생산 현장에 자동화 설비와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들어선 것이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다. 특히 7공장은 한세실업 베트남 공장 가운데 자동화 설비가 가장 많이 도입된 곳이다. 원단이 들어와 옷으로 완성되기까지, 생산 현장 곳곳에서 자동화와 데이터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원단 검사부터 포장까지…생산 공정 곳곳에 자동화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TG법인 7공장의 연단 작업대에 원단이 5인치가량 쌓여있다. 박연수 기자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TG법인 7공장의 연단 작업대에 원단이 5인치가량 쌓여있다. 박연수 기자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TG법인 창고 선반에 입고된 원단에 바코드가 부착됐다. 바코드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위치부터 재고 파악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TG법인 창고 선반에 입고된 원단에 바코드가 부착됐다. 바코드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위치부터 재고 파악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의류 생산은 원단 입고에서 시작된다. 한세실업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태국, 미국,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원단을 조달한다. 선박 컨테이너, 트럭 등을 통해 수입된 원단은 돌돌 말린 채 4단 선반에 보관됐다.

특히 원단마다 붙어 있는 바코드가 눈에 띄었다. 원단의 종류와 수량, 보관 위치 등을 전산 시스템에 등록하는 식별표다. 원단이 창고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재고 현황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있다. 한세실업이 생산 공정을 데이터화하는 출발점이다.

선반에서 꺼내진 원단은 불량 확인을 위해 검사 구역으로 옮겨진다. 입고된 원단 가운데 색상별로 10%를 표본 검사해 불량 여부를 확인한다. 검사 설비 2대가 운영되며, 각 설비에는 작업자 한 명이 배치돼 원단 상태를 살핀다.

검사를 마친 원단은 방축 작업대로 옮겨진다. 원단의 수축을 방지하는 공정이다. 원단은 생산 과정에서 장력을 받아 늘어난 상태일 수 있어 입고된 그대로 재단하면 이후 수축하면서 옷의 치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원단을 풀어 장력을 해소한다. 원단 종류에 따라 하루에서 이틀이 걸리며, 스판 원단은 사흘가량 필요하다.

한세실업은 이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방축기를 활용한다. 열과 스팀을 가해 원단의 수축을 미리 유도하고 치수를 안정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프린트가 많은 제품을 만드는 7공장은 방축기가 필수적이다. 소매 한쪽에만 무늬가 들어가는 등 좌우 디자인이 다른 경우도 있어 원단의 수축 정도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완성된 옷의 좌우 길이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은 원단을 길게 펼치는 연단 단계다. 무빙워크를 연상케하는 자동 연단기 위에는 1명의 작업자가 올라타 연단 상태를 확인했다. 이 단계에서는 폭 68~75인치(약 173~190㎝)의 원단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원단은 최대 5인치(약 12.7㎝) 높이까지 쌓은 뒤 재단 공정으로 넘어간다. 과거에는 사람이 원단 양쪽을 잡고 원단을 길게 펼쳐 깔았지만, 현재는 자동 연단기를 활용해 작업 효율을 높였다.

재단도 자동화 설비인 ‘오토캠’이 담당한다. 겹겹이 쌓인 원단 위에 패턴이 인쇄된 종이를 올린 뒤 설비에 넣자, 기계가 패턴을 따라 원단을 빠르게 잘라냈다. 이를 통해 재단 작업에 필요한 인력 9명을 줄이고, 작업 속도와 정확도를 높였다.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TG법인 1공장에서 봉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연수 기자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TG법인 1공장에서 봉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연수 기자
한세실업이 베트남 생산공장에 도입한 ‘행거 시스템’. 박연수 기자
한세실업이 베트남 생산공장에 도입한 ‘행거 시스템’. 박연수 기자

재단을 마친 원단은 의류 생산의 핵심인 봉제라인으로 넘어간다. 공장 내에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공정이다. 수백 대의 미싱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품별로 투입되는 인원도 달랐다.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는 약 60명이 투입된다. 후드티는 34명, 반팔 티셔츠는 26~28명이 필요하다. 옷의 구조와 봉제해야 할 디테일이 복잡할수록 더 많은 작업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화는 필수다. 제품 관리와 작업자 개인의 성과를 기록하기 위함이다. 봉제관리(SFC) 시스템으로 1명이 작업하는 수량과 생산효율, 개인 인센티브 데이터를 기록한다. 30~50장을 1묶음 단위로 QR코드를 부착하고 이를 스캔해 단말기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봉제는 자동화가 어려운 공정이기에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행거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행거 시스템은 작업물이 걸린 행거가 공정 사이를 이동하는 방식이다. 작업자가 맡은 봉제를 끝내고 버튼을 누르면 옷이 다음 작업 위치로 이동한다. 일반적인 봉제 라인에서는 작업자가 완성한 반제품을 직접 꺼내 다음 작업자에게 전달해야 하지만, 행거 시스템은 이 과정을 자동화한다. 작업물이 어느 공정에 있는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생산 흐름을 파악하기 쉽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의존하던 ‘하프문’ 작업도 자동화 설비로 전환하고 있다. 티셔츠 뒷목에 택을 다는 부분에 반달 모양의 천을 덧대는 공정이다. 곡선 형태를 일정하게 봉제하는 작업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설비 도입으로 작업량은 약 3배로 늘었다.

봉제가 끝난 제품은 엔드라인 검사와 품질관리(QC)를 거친다. 검사원은 제품의 불량 유형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해당 정보는 ERP와 연동된다. 어떤 불량이 자주 발생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면 공정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제품의 치수를 확인하는 작업에도 디지털 장비를 도입했다. 작업자가 줄자로 길이를 측정하자 화면 속 엑셀 프로그램에 숫자가 바로 입력됐다. 기존에는 줄자로 측정한 수치를 별도로 기록해야 했지만, 스마트 줄자를 활용하면 측정값을 엑셀 등에 바로 입력할 수 있다. 검사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수기 입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도 줄일 수 있다.

검품을 마친 제품은 다림질과 건조를 거쳐 택을 달고 접은 뒤 폴리백에 포장된다. 이후 금속 이물질이 남아 있는지 검침기로 확인한다. 7공장에서는 검침이 끝난 제품을 상자에 담고, 상자를 제작·포장하는 설비와 RFID 정보를 확인하는 공정을 연계해 출고 준비를 진행한다. 상자 규격이 90% 가량 동일해 자동 포장 설비를 적용했다.

이날 공장에서는 로봇 청소기도 분주히 움직이며 바닥에 떨어진 섬유 조각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한세실업이 약 두 달 전부터 도입을 검토하며 시험 운용 중인 장비다. 공장 내부의 이동 경로를 매핑한 뒤 주요 통로를 중심으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 과정에서 확인한 개선 사항을 개발사에 전달하고, 이를 반영한 장비를 받아 다시 검증하는 방식이다.

한세실업은 베트남 생산공장에 박스 포장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상자를 제작·포장하는 설비와 RFID 정보를 확인하는 공정을 연계해 출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한세실업은 베트남 생산공장에 박스 포장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다. 상자를 제작·포장하는 설비와 RFID 정보를 확인하는 공정을 연계해 출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한세실업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로봇 청소기가 공장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한세실업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로봇 청소기가 공장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공정별 최적화로 경쟁력 확보…에너지 절감도 필수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생산 인력 운용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베트남 법인의 일반적인 니트 생산 라인은 과거 55~66명 수준으로 운영됐지만, 자동화와 공정 개선을 거치며 현재는 약 45명으로 줄었다.

다만 한세실업은 단순히 생산 인력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자동화 설비로 작업자의 부담을 덜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품질과 납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인건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바이어가 요구하는 품질과 생산 일정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커지고 있다.

자동화 설비를 모든 공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생산하는 브랜드와 제품의 특성, 바이어의 요구 사항, 작업장 구조에 따라 적합한 설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 포장 설비나 행거 시스템 역시 적용할 수 있는 제품과 공정에 한계가 있다.

실제 1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본 브랜드 제품은 바이어의 요구에 따라 봉제와 포장 단계 등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설비 도입 자체보다 각 공정에 맞는 기술을 선별하고 생산 데이터와 연계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 과정의 효율화와 함께 에너지 비용 절감에도 나서고 있다. 유럽 바이어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변화이기도 하다. 공장 지붕에는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공장 전력 사용량의 약 55%를 충당하고 있다.

이진섭 한세실업 베트남 총괄 법인장은 “제조업은 우수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세실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1조288억원이고, 영업이익은 465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생산 공장 직원들이 봉제 공정에서 미싱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베트남 띠엔장성에 위치한 한세실업 생산 공장 직원들이 봉제 공정에서 미싱을 하고 있다. 박연수 기자

siu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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