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보호 종합 플랫폼’서

스토킹 경고 단계부터 통합 관리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찾아 관계성 범죄(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 등) 피해자 보호 실태를 점검했다. [경찰청 제공]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찾아 관계성 범죄(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 등) 피해자 보호 실태를 점검했다. [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행위 중단과 처벌을 경고하는 서면 경고장을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추적을 위한 내부망에 등록해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토킹 신고 이후에도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반복되자 경고 단계부터 위험 징후를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취지다.

31일 경찰청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내년부터 ‘사회적 약자 보호 종합 플랫폼(SAN)’ 개선 사업을 통해 스토킹 경고장이 발부된 내역뿐 아니라 그 이후 조치 현황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약자 보호 종합 플랫폼은 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가해자 정보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경찰 내부 시스템으로 지난 4월 개시됐다.

이번 시스템 연동으로 일선 경찰서에 분산돼 있던 스토킹 경고장 발부 현황이 통합된다. 더 큰 범죄로 이르지 않도록 입건 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이다. 내년에 연동 사업에 착수해 연내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스템 연동 효과에 대해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강력범죄로 발전하거나 재범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대응에 반영할 수 있다”며 “경고 절차 이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달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은 대부분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뒤에도 목숨을 잃었다. 지난 29일 대전에서 과거 교제했던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은 앞서 스토킹으로 신고됐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불송치된 이력이 있었다. 지난 12일 제주에서는 강성은(61)이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한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보복 살해했다.

경찰 출신인 이상식 의원은 “관계성 범죄는 초동 대처가 늦어질 경우 보복 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입건 전 가해자 이력 통합 관리를 통해 경고장이 단순한 행정 기록에 그치지 않고, 위험 징후 파악과 현장 대응력 강화로 이어져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안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서장 경고장’으로 가해자 행위 중단 효과

경고 이후에도 피해자 보호·모니터링 이어져야

스토킹 경고장은 경찰이 입건 전 스토킹 가해자에게 취하는 행정 조치다. 현장 경찰관이 가해자의 연락 내역 등을 토대로 과도한 접근에 해당하거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관할 경찰서장 명의로 발부한다. 경고장에는 경찰이 취할 수 있는 후속 조치와 법적 처벌 수위 등이 담긴다. 피해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순간부터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2021년 10월 도입된 제도다.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는 피해자가 보복을 우려해 사건 진행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와 알고 지냈거나 당분간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보복이나 2차 가해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이미 피해자의 신상을 파악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이 때문에 경고장은 정식 사건화 이전에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경찰 관계자는 “경고장은 스토킹 행위자에게 경찰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통지하는 경찰 조치”라고 했다.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경찰 경고장 양식 [이상식 의원실 제공]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경찰 경고장 양식 [이상식 의원실 제공]

실무에서는 경고장이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줘 행위를 중단하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전지혜 변호사는 “피해자가 스토킹 행위의 중단과 기관의 보호를 필요로 하되 형사 고소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며 “이때 경찰의 강력한 경고가 사실상 공권력이 작동한 것과 같이 가해자의 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고, 피해자는 고소에 이르지 않고도 재발 방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다만 경고 조치가 되레 가해자를 자극하는 경우 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피해자가 더 큰 피해에 빠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어 경고 이후 피해자 신상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가해자가 경고장 발부만으로 사건이 끝나도록 피해자에게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라고 압박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경찰이 밝힌 ‘스토킹 전건 접수’ 원칙이 현장에서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ar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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