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업노조 탈퇴 넉 달 만에 한국노총 연대…교섭권 위임 추진 논란
사측 “교섭 시작 전 결렬 전제 유감”…노조 “회사 불성실 교섭 탓”
사법부 가처분 결정에 운신의 폭 줄어들자 대외 전선 확대 포석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노사 간 공식 교섭 테이블이 차려지기도 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끝장교섭 후 파업’을 선언하며 기성 상급단체를 끌어들여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의 잇따른 파업 제한 결정 속에서 노조가 실질적인 협상 타결 노력보다는 파업 강행을 위한 사전 명분 쌓기와 대외 세력화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내달 3일로 예정된 사측과의 본교섭을 앞두고 최근 ‘다음 주 끝장교섭 후 파업’ 방침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조차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결렬을 기정사실화하고 쟁의행위 돌입을 못 박은 것이다.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일방통행식 행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 반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8일 가처분 항고심 결정 이후 노조가 파업을 무기한 연기하고 교섭을 제안함에 따라 어렵게 마련된 대화 자리에서 노조는 ‘교섭은 한국노총에 위임하고, 노조는 파업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노조는 지속적으로 파업을 앞세워 회사를 압박해왔다”며 “교섭 일정 협의 직후 아직 교섭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끝장교섭 후 파업’을 선언하며 결렬과 파업을 예고하고 대외 공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측은 “이 같은 행위는 실질적인 교섭 타결 노력보다는 대외 강경 입장 과시를 통한 파업 명분 쌓기에 치중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크다”며 “현재 노조에게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인 만큼 실질적 협의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노조가 대화 시작 전부터 파업을 공언하며 배수진을 치고, 기성 상급단체인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공식화한 배경에 사법부 판결에 따른 초조함이 배경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1민사부는 지난 16일 배양부터 충전까지 사측이 신청한 9개 핵심 생산공정 전체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보안작업’으로 인정하고 쟁의행위를 금지했다. 위반 시 1회당 2000만원의 간접강제금 지급까지 명하면서 사실상 합법적인 전면 파업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1인당 최대 30만원(총 12억원)의 쟁의기금 조성안을 통과시키며 내부 실탄은 확보했으나, 사법부 판단을 거스르고 파업을 강행하기에는 법률적·실무적 리스크가 막대한 실정이다.
결국 교섭 결렬의 책임을 사측으로 돌리고 향후 순차 파업이나 대외 투쟁으로 전환하기 위해 미리 ‘파업 예고’ 카드를 꺼내 든 동시에 상급단체의 화력을 빌리려 한다는 분석이다.
‘탈정치 독립 노선’을 내걸고 출범했던 노조가 상급단체를 끌어들인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생노조는 지난 6월 삼성 초기업노조를 탈퇴한 지 불과 넉 달 만에 한국노총 지도부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 규탄에 나섰으며, 장기적인 한국노총 가입까지 검토 중이다.
사측과의 사전 대화에서 “교섭권을 한국노총에 위임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것 역시 교섭을 진두지휘할 역량 부족을 드러낸 동시에 사태를 정쟁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회사의 불성실한 태도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맞섰다. 노조는 “한국노총 교섭 위임 언급은 회사가 책임·권한 없이 대리인 형식의 진정성 없는 교섭을 반복하고 있어 경고 차원에서 나온 입장이지, 교섭을 무작정 위임하고 파업만 준비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차주 교섭에는 집행부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끝장교섭’ 선언에 대해서도 “교섭 결렬 시 노조에 남은 카드는 쟁의뿐이기에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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