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폴란드에서 철도 시설을 촬영하던 러시아 국적 남성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이 압수한 저장장치에서는 무려 25만장의 사진이 발견됐다.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요 교통·통신시설을 러시아 스파이가 촬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나토(NATO)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31일 폴란드 검찰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폴란드 남서부 시비드니차에서 열차와 철도 시설을 촬영하던 55세 러시아 국적 남성을 체포했다.

체포 과정은 뜻밖이었다. 당시 경찰은 축구 경기가 끝난 뒤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순찰하고 있었다.

철길 옆에 세워진 차량에 있던 남성이 경찰을 발견하자 급히 차를 움직였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추적했고, 인근의 다른 철도 시설에서 같은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이 확보한 차량과 숙박시설에서는 전문 촬영 장비와 노트북, 휴대전화, 외장 저장장치 등이 나왔다. 러시아 당국이 발급한 여권 4개도 발견됐다.

저장장치에서는 수십만 건의 파일이 확인됐다. 폴란드 내무부 대변인은 경찰이 확보한 사진이 25만장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폴란드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철로, 기관차, 열차, 기차역, 공항, 통신시설 등이 포함돼 있었다.

폴란드 검찰은 이 남성에게 외국 정보기관을 위한 활동에 가담한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지난 28일 3개월간의 구금을 결정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소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피의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촬영 자료가 실제로 외국 정보기관에 전달됐는지와 사진을 촬영한 구체적인 장소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핵심 물류 거점이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는 이미 철도 시설을 겨냥한 파괴공작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로 지원 물자를 수송하는 바르샤바~루블린 구간의 철로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당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은 우크라이나 국적 용의자 2명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에 체포된 러시아 국적 남성과 해당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폴란드는 지난해 4월부터 군부대와 무기 생산시설, 발전소, 교량 등 약 2만5000곳을 대상으로 허가 없는 촬영을 제한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와 폴란드 사이의 긴장은 최근 군사적 충돌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폴란드 동부에 러시아제 Kh-101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가 추락한 바 있다. 당시 투스크 총리는 러시아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종류와 발사 주체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러시아의 이른바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는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의 침투 시도가 발생했다. 독일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하이브리드전은 전면적인 군사 충돌 대신 사이버 공격, 정보전, 시설 파괴공작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상대국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유럽 안보 당국자들은 이러한 공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이 발동될 수 있는 수준보다 낮은 강도로 반복되면서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의 군사적 경고 수위도 높아졌다.

지난 9월 30일에는 러시아가 나토에 비공식 문서를 보내 자국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가 고립될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러시아 영토다. 나토는 방어적 동맹인 자신들이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처럼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과 정보활동을 경계하는 가운데, 폴란드에서 발견된 대규모 인프라 사진의 실제 촬영 목적과 전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폴란드 당국은 2024년 이후 간첩·파괴공작 관련 수사에서 90명에게 피의자 지위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러시아뿐 아니라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폴란드 국적자도 포함돼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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