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의중 전달 가능…APEC 전후 국면전환”

美 “韓 너무 앞서가지 말라”…北은 여전히 무응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단둥 당일치기 방문을 계기로 정부가 북미대화의 ‘불씨’를 다시 찾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단둥 당일치기 방문을 계기로 정부가 북미대화의 ‘불씨’를 다시 찾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단둥 당일치기 방문을 계기로 정부가 북미대화의 ‘불씨’를 다시 찾고 있다. 외교부·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번 방중이 북미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잇달아 내놨다.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국면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미국은 한국에 “너무 앞서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북한은 미국의 정상회담 제안에 답하지 않고 있다. APEC이 다가올수록 정부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과제로 떠올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의 24일 단둥 방문 때 북중 간 북미대화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북한을 다시 대화로 이끌 전략을 묻는 질의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 현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더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정 장관은 “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도 같은 방향의 분석을 내놨다. 29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감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 관련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근거는 방문단 구성이었다. ‘항미원조’ 기념이라는 명분과 달리 군부 핵심 인사는 한 명도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당 국제비서 등 외교 간부가 방문단의 주축을 이뤘다. 중국 측에서도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라인이 주로 나왔다. 행사 중에는 최 외무상이 서열이 앞서는 조용원 비서보다 앞에서 일정을 이끌었다. 최 외무상과 왕 부장이 따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국정원은 북미 양측이 대화 조건을 두고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APEC 정상회의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기대에 제동을 건 쪽은 미국이었다. 조 장관은 국감에서 약 한 달 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협의할 때 북미대화가 주요 의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입장을 “알겠는데, 조금 긴밀하게 소통은 해나가는데, 너무 한국이 앞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것이 정부가 자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대한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무슨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데 (미국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아무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제조건 없이 김 위원장과 대화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도 “현재 발표할 회담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공식 메시지도 기대와 거리가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단둥 방문을 북중 혈맹 재확인과 신압록강대교 개통의 의미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북미대화나 대미 메시지는 보도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선전 APEC이 북미 접촉의 계기는 될 수 있어도 곧바로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북한이 대화를 거절함으로써 미국을 더 불안하고 절박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기대가 오히려 북한의 협상력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가 조급한 모습을 보일수록 북한이 대북제재 해제 등 대화의 문턱을 높일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rimsclub@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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