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N차 인상’이란 말이 나올 만큼 올리고, 그렇게 더 올리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여유 있는 사람들은 언뜻 보기로는 100명씩도 ‘오픈런’을 하고,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이 계속해 나오는 분위기인가 했는데… 역시 끝은 있었네요. 분위기? 솔직히 예전 같지는 않아 보여요.” (명품업계 관계자인 40대 이모 씨)
이씨가 느끼는 기류처럼, 꾸준히 가격을 올리며 성장했던 명품업계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누적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 자산효과 축소 등이 맞물리며 명품 소비 열기 또한 한풀 꺾이는 기류도 감지된다.
1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올해 2분기 40% 안팎에서 3분기 20% 중반대로 낮아졌으며, 10월에는 10%대로도 떨어졌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1분기 30%, 2분기 40%, 3분기 25%에서 10월 15%로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1분기 29.8%, 2분기 40.9%, 3분기 23.3%에서 10월 10.2%로 둔화했다. 현대백화점도 1분기 32.6%, 2분기 41.4%, 3분기 25.3%에서 10월 11.8%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매출 성장 폭의 오름세가 더욱 컸던 주얼리만 보면 소비 둔화세는 더욱 선명하게 감지된다.
2분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주얼리 매출 신장률은 65.0%, 80.9%, 70.6%였다. 10월에는 15.0%, 20.7%, 20.4%까지 떨어졌다.
명품 소비 감소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가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올해 3분기 패션·가죽제품 부문 유기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중국의 소비 부진과 미국의 고가 소비 둔화 등이 주요 업체들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찌도 지난 3분기 매출액이 6% 감소했다. 구찌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 에르메스, LVMH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40%가량 하락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몇 년째 이어진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을 예고해 인상 전 구매를 유도하던 전략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증가
‘소비 감소 국면 판단 이르다’는 말도
일부 제품의 경우 가격을 되돌리는 사례도 나왔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은 지난 7월 인상했던 일부 제품 가격을 10월 글로벌 가격 정책에 따라 기존 수준으로 손봤다. 가격을 지속해 올리던 명품업계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다만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여전히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는 만큼, 소비가 본격적인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럽서도 거론되는 ‘립스틱 효과’
“증세, 인플레이션, 인공지능 우려”
한편 지난 9월에는 프랑스 뷰티 그룹 로레알이 LVMH를 제치고 파리증시의 시가 총액 1위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지난 9월15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종가 기준으로 로레알 시가총액은 2030억유로(약 319조1000억원)로, LVMH 2010억유로(약 316조원)에 앞섰다고 당시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파리증시에서 명품 기업이 아닌 상장사가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건 2017년 이후 처음이었다.
명품부터 일반 화장품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로레알의 상승세는 ‘립스틱 효과’ 때문이라는 평이 나왔다.
립스틱 효과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고가의 옷과 신발, 가방 등 명품 대신 립스틱 등 작은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닉 앤더슨 베렌베르크 분석가는 “사람들이 고가의 명품을 살 여유가 없어지면 기분 전환을 위해 립스틱 같은 작은 물건을 대신 사는 것을 즐긴다”며 “유럽 전역에 증세와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 일자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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