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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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장 큰 지폐는 100위안이다. 지난달 말 인민은행고시 기준으로 1위안이 200원을 소폭 밑돌았으니, 중국 최고액권을 한국 돈으로 바꾸면 2만 원이 채 안 된다. 달러로는 15달러 안팎이다. 중국 사람들은 어차피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계산하니 큰 지폐가 필요 없다. 그런데 이 ‘작은 돈’의 몸값이 심상치 않다. 차이나데일리가 전한 대로 2025년 위안화 국경 간 결제는 약 70조 6천억 위안, 달러로 10조 5,800억 달러에 달했고 전년보다 10.2% 늘었다. 지폐는 작아도 돈의 쓰임새는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위안화는 정말 4년 만에 가장 강한가. 맞다. 그리고 이 강세는 중국에 선물이면서 동시에 청구서다.

4년 만의 최고, 어디까지 맞는 말인가

지난달 20일 역외 위안화(CNH)는 장중 달러당 6.6775위안까지 내려갔다. 위안 값이 올랐다는 뜻이다. 2022년 7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이니 ‘4년 만’이라는 표현은 시장 환율 기준으로 맞다. 반면 인민은행이 매일 아침 발표하는 기준환율은 10월 23일 6.7180위안으로 2023년 2월 2일 이후 3년 8개월 만의 최강이다. 같은 날 시장 환율은 6.673위안 안팎으로 고시환율보다 더 강했다. 시장이 앞서 달리고 당국이 뒤에서 고삐를 잡아당기는 모양새다. 연초 7위안 언저리에서 출발했으니 올해만 약 5% 올랐고, 일곱 분기 연속 오르는 흐름이다. 아시아 통화 중 올해 성적이 가장 좋은 축에 든다. 위안화가 오르는 다섯 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수출이다. 2026년 9월 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36.3% 급증한 4,471억 8천만 달러였다. 시장 전망치 25.5%를 크게 웃돌았다. 수입도 31.0% 늘었지만 무역수지 흑자는 1,335억 달러로 전망치 1,181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누적 흑자가 1조 달러에 바짝 다가섰다는 보도도 나온다. 수출 기업은 번 달러를 위안으로 바꿔 직원 월급과 협력업체 대금, 세금을 내야 한다. 이 환전 수요가 위안화를 꾸준히 밀어 올린다. 흥미로운 것은 수출을 끌어올린 힘이 AI 투자 붐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빅테크가 쏟아붓는 AI 설비투자의 물결이 중국의 장비와 부품 주문서로 흘러들어 온 셈이다.

둘째, 인민은행의 태도다. 9월에는 고시환율을 여덟 거래일 연속 위안 강세 방향으로 정했는데 2023년 이후 가장 긴 연속 기록이었다. 당국이 절상을 막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즐긴다고 해서 풀어놓는 것은 아니다. 고시환율을 시장 환율보다 일부러 약하게 정해 속도를 조절한다. 중국의 환율제도는 시장이 정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당국이 리모컨을 쥐고 있는 ‘관리 변동환율’이다.

셋째, 성장률이다. 2026년 3분기 중국 GDP는 전년 대비 4.5% 성장해 전망치 4.4%를 웃돌았다. 1~3분기 누적은 4.6%로 연간 목표 4.5~5% 범위 안이다. 성장이 괜찮으니 베이징은 서둘러 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풀 이유가 줄었다. 1년 만기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각각 3.00%와 3.50%로 17개월 연속 동결됐다.

넷째, 달러 쪽 사정이다. 10월 20일 달러인덱스는 101.78 수준이었다. 다만 달러가 약해서만 위안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로 달러와 미 국채금리가 오르는데도 위안은 버텼다. 그래서 이번 강세는 단순한 달러 약세 효과가 아니라 위안 자체의 수요가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다섯째, 정치적 압력이다. 브래드 세처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위안화가 최소 30% 저평가됐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무역가중 기준 20%, IMF는 2월 실질실효환율 기준 16%로 추정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985년 플라자 합의를 거론하며 25~30% 저평가된 통화와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비슷한 요구를 해 왔다. 중국은 환율 조작을 부인하지만 서구의 압박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민은행이 고시환율을 연일 강하게 정한 것도 ‘선물을 미리 포장해 두는’ 외교적 제스처로 읽혔다.

여기에 한 가지 장기 변수가 더 있다. 위안화 국제화다. 무역 대금을 위안으로 결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위안 수요는 수출 환전과 별개로 구조적으로 쌓인다. 달러 일변도의 국제통화 체제가 분산되는 흐름 속에서 위안화 결제가 2025년에도 10.2% 늘었다는 점은 강세의 바닥을 받쳐 주는 힘이다. 수출이 잠깐 숨을 고르더라도 위안을 찾는 손님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달러의 자리를 위협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최고액권이 15달러짜리인 나라의 돈이 세계 무역의 결제 수단으로 올라서는 장면은 꽤 역설적이다.

중국인민은행과 100위안화 [AP/연합]
중국인민은행과 100위안화 [AP/연합]

금리차를 이긴 위안, 그래서 더 불안하다

여기에는 이상한 대목이 있다. 중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미 10년물이 5%를 넘나드는 때에 중국의 대출우대금리는 3%대다. 상식대로라면 돈은 달러로 가고 위안은 약해져야 한다. 그런데 위안은 올랐다. 수출 대금이라는 실물 수요가 금리 매력을 눌렀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 강세는 수출이 꺾이는 순간 가장 먼저 흔들린다. ING의 린 송은 관세 위험과 기술 투자 사이클의 지속 기간이 강세의 수명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을 흔든 AI 채무 공포가 현실이 되어 글로벌 설비투자가 식으면 가장 먼저 숨이 차는 곳이 중국 수출 기업이라는 얘기다.

위안화 강세의 청구서는 무엇일까? 중국 내부 문제 다섯 가지를 살펴 보기로 한다.

① 수출 기업의 마진 압박이다. 2026년 상반기 중국 상장사들이 장부에 찍은 환차손은 약 1,070억 위안이었다. 가전업체 메이디가 60억 위안, 전기차 업체 BYD는 47억 위안의 환차손을 기록해 순이익이 20.5% 줄었다. 많은 제조업체의 순이익률이 한 자릿수라 위안이 몇 퍼센트 오르는 것만으로 이익이 사라진다. 달러로 받는 계약은 위안으로 바꾸면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부품 값은 위안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② 내수 부진이다. 9월 소매판매는 전년보다 1.1% 늘어 전망치 0.5%는 넘었지만, 증가율 자체는 낮다. 자동차와 보석류, 건자재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소비자물가는 0.9%, 근원물가는 1.0%에 머물러 있다. 성장은 수출이 이끌고 소비는 제자리인 ‘절름발이 회복’이다. 국가통계국도 내수 부족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인정했다.

③ 부동산이다. 2026년 1~9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대비 20.6% 감소했고 8월까지의 19.9% 감소보다 낙폭이 커졌다. 전체 고정자산투자도 7.2% 줄었다. 9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0.14% 떨어졌다. 집값 하락이 가계 자산을 갉아먹으니 소비가 살아나지 못한다.

④ 물가의 엇박자다. 9월 생산자물가(PPI)는 전년보다 5.0% 올라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41개월 연속 하락하다 2026년 3월에 플러스로 돌아선 뒤 빠르게 올랐다. 그런데 이 상승의 주범은 수요가 아니라 유가다. 석유·가스 채굴이 24.5%, 석유가공이 21.6% 뛰었다. 원가는 오르는데 소비가 약해 제품값에 전가하지 못하니 기업은 이중으로 눌린다. 위안 강세가 수입 원자재 값을 낮춰 주긴 하지만 수출 가격 경쟁력을 깎는 효과가 더 크다. 디플레이션의 얼굴이 ‘값이 내리는 병’에서 ‘마진이 사라지는 병’으로 바뀌고 있다.

⑤ 강세가 흑자를 줄이지 못하는 역설이다.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의 애덤 울프는 강제적인 절상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출업체가 마진을 지키려고 가격을 더 내려 물량을 늘리면 흑자가 줄지 않고 수출 규모만 커진다는 것이다. 위안이 올라도 중국산이 싸게 쏟아지는 구조라면 서구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는다.

베이징이 ‘플라자 합의’를 무서워하는 이유

중국 지도부가 서구의 절상 요구에 유난히 예민한 데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엔화는 3년 사이 달러 대비 가치가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수출 기업은 비명을 질렀고, 일본은행은 경기를 달래려 돈을 풀었으며, 그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흘러 거품이 부풀었다가 터졌다. 이후 이어진 ‘잃어버린 30년’을 중국은 반면교사로 삼는다. 이미 부동산 개발투자가 20% 넘게 쪼그라든 나라가 절상 속도까지 내줄 수는 없다는 계산이다. 그러니 당국의 전략은 분명하다. 올리되 천천히, 칭찬은 받되 약속은 하지 않는다. 시장은 늘 빠르게 달리려 하고 당국은 늘 제동을 거는 이 줄다리기가 한동안 위안화 환율의 풍경이 될 것이다.

앞으로 어디로 가나: 세 갈래 길

기본 시나리오는 ‘관리되는 완만한 절상’이다. 올해 남은 기간 위안이 느리게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민은행은 고시환율로 속도를 조절하고, 일일 변동폭 2% 안에서 시장 환율과 간격을 천천히 좁힐 것이다. 6월에는 시장이 6.5위안 선까지 간다는 전망이 널리 퍼졌다. 이것은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 전망이다. 다만 당국은 한 번에 점프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기업 도산, 일자리 감소, 디플레이션 심화라는 세 가지 악몽이 한꺼번에 오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속도 상승’ 시나리오다. 서구의 압박이 거세지고 정상회담 이후 환율 합의 가능성이 커지면 6.5위안대를 빠르게 시험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출 기업은 비명을 지르고, 중국 정부는 내수를 살리는 처방을 더 급하게 내놓아야 한다. 소비 쿠폰이나 사회보장 확대 같은 카드가 나올 것이다.

세 번째는 ‘급제동’ 시나리오다. 가장 현실적인 위험은 AI 투자 사이클의 둔화다. 중국 수출을 밀어 올린 엔진이 식고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다시 강해지면 위안은 단숨에 밀릴 수 있다. 중미 금리차가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수출 대금이라는 버팀목이 빠지면 금리차가 힘을 쓰기 시작한다. 이때는 당국이 방어에 나서야 한다. 강한 위안은 중국이 선택한 길이 아니라 수출이 만들어 준 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일본 등 에 미치는 영향

위안화가 비싸지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져 한국과 일본이 제3국 시장에서 숨통을 틔운다. 반대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과 소비재 값이 올라 국내 물가에는 부담이다. 중국 관광객의 지갑이 두꺼워지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무엇보다 한국 반도체와 소재 수출은 중국 제조업과 AI 공급망에 깊이 얽혀 있으니 중국 수출의 건강 상태가 곧 우리 수출의 체온이다. 10월 23일 원/달러는 1,324.6원으로 마감했고, 인민은행 고시 기준 1위안은 198.20원이다. 원/위안 환율이 어디로 가느냐는 중국에 파는 기업과 중국에서 들여오는 기업 모두의 손익계산서에 들어간다.

100위안이 최고액권인 나라는 현금을 쓰지 않는 나라,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건을 만들어 파는 나라다. 그 나라의 통화가 오르는 것은 칭찬이자 경고다. 칭찬은 수출의 힘이고, 경고는 그 힘에만 기대 왔다는 사실이다. 위안화가 진짜로 오래 강해지려면 환율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의 지갑이 열려야 한다. 환율이 허리를 폈는데 소비가 여전히 움츠려 있다면 그 강세는 오래 못 간다. 4년 만의 위안화 강세, 박수를 치기엔 아직 이르고 외면하기엔 너무 크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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