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등 기금 귀속 규정 빠져…예정처, 재원 안정성 지적

국세청 포상금 585억·관세청 175억…증액 산출 근거 보완 요구

공정위 피해구제 사업도 기금 취지·기존 사업 중복 논란

신고포상금 [헤럴드경제 DB]
신고포상금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17개 부처에 흩어진 신고포상금 사업을 통합하기 위해 추진하는 3000억원대 공익신고장려기금이 재원 설계부터 도마에 올랐다. 공익신고로 거둔 과징금 등을 포상금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지만, 정작 포상금 계정 재원은 전액 일반회계에서 가져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별도 기금을 신설할 필요성을 다시 따지고, 대폭 늘어난 국세청·관세청 포상금 예산의 산출 근거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기획예산처 소관으로 총계 기준 3055억원 규모의 공익신고장려기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익신고장려기금법안의 제정을 전제로 한다.

기금은 포상금 계정과 불공정행위 등 피해자 간접구제 계정으로 구성된다. 부처별로 운영해온 포상금 재원을 한데 모아 관리하고, 대규모 불법행위 적발 때 발생할 수 있는 포상금 재원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과징금 귀속 조항 없이 일반회계 의존…“신설 필요성 재검토”

쟁점은 공익신고로 확보한 금전적 제재금과 기금 재원이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안은 포상금 계정의 재원으로 정부 출연금, 일반회계 전입금, 기금 운용수익금, 포상금 환수금,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등을 규정했다. 그러나 신고에 따라 부과·징수한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금을 기금에 귀속시키는 조항은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년 포상금 계정 재원 2946억원은 전액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충당된다. 예정처는 국가재정법이 기금 설치 요건으로 정한 ‘특정한 자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금 재원과 목적사업의 연계성, 중장기 재원 조달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며 “신설의 필요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상금 사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기금 설치의 필요성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급 기준과 절차를 정비하고 일반회계 안에서 관련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도 부처별 분산 운영에 따른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을 새로 만들면 운용계획 수립과 결산, 성과관리 등 행정비용이 추가된다. 기금 관리는 기획예산처가 맡고 21개 포상금 사업의 집행은 17개 부처가 담당하는 만큼, 재원 배분과 사업 집행의 책임이 나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기획예산처는 제재금 부과·징수 실적의 변동성이 커 일정 비율을 기금에 직접 귀속시키기보다 수납실적과 실제 포상금 지급 수요를 고려해 일반회계 전입금 규모를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여러 부처의 포상금을 통합 관리하면 지급 수요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 포상금 400억 넘게 증액…관세청은 21배로

기관별 포상금 예산을 둘러싼 지적도 이어졌다. 국세청의 내년 국세 공익신고 포상금은 585억9400만원으로 올해 166억1900만원보다 419억7500만원 늘었다. 탈세제보와 은닉재산 신고에 대한 포상금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차명계좌 신고포상금도 올해 7억3700만원에서 내년 28억3700만원으로 21억원 증액됐다.

국세청은 포상금 지급한도 폐지 등 제도 개편에 따른 수요 증가를 반영했지만, 예정처는 산정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탈세제보 포상금의 경우 전년도 기저효과로 높아진 지난해 추징세액 증가율을 예산 산정에 적용했고, 제보 처리부터 실제 포상금 지급까지 걸리는 시차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명계좌 신고포상금 역시 내년 지급 예상 건수를 2737건으로 잡았다. 최근 5년간 최대 지급 건수인 1434건의 약 1.9배다. 예정처는 지급 건수가 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관세청의 내년 밀수 신고포상금은 174억8500만원으로 올해 8억2400만원의 21.2배에 달한다. 올해 9월 밀수·마약류 등의 포상금 지급상한을 없애고 내부신고에 대한 지급액을 최대 3배로 확대하는 등 지급체계를 개편한 데 따른 것이다.

예정처는 지난해 기준 신고부터 포상금 지급까지 평균 270일이 걸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급 시차와 예산 부족 시 다음 해 지급을 허용하는 제도 개편 등을 고려해 내년에 실제 필요한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형 사건이나 내부신고에 포상금을 가산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예산도 구체적인 계산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금에 편성한 피해구제 사업도 재검토 대상으로 꼽혔다. 공정위는 신고포상금 248억1700만원과 함께 소비자 피해구제 31억1000만원, 중소기업 피해구제 15억원을 반영했다.

예정처는 사후 소송지원 성격의 피해구제 사업이 공익신고를 장려하는 기금의 목적과 직접 연결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 피해구제 예산은 기존 일반회계의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출연사업과 중복 편성돼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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