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주재료 배추·무 가격 급락세
김장 의향은 시들, 수입 김치는 증가
배추농가 “선제적 시장 격리·폐기를”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김장철을 앞두고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이 급락하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할인 행사를 내놨지만, 김장 대신 김치를 사 먹는 가구가 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4일 배추 상급 1포기 평균 도매가격은 1597원이었다. 전월(3617원)보다 55.8% 급락한 가격이다. 이는 전년(3253원) 대비 50.9%, 평년(2781원) 대비 42.6%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포기당 4000원을 웃돌았지만, 이달 들어 3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4일 기준 평균 소매가격은 포기당 3768원으로 전월보다 38.4% 내렸다. 전년보다는 0.8% 올랐지만 평년에 비해서는 6.1% 낮다.
배추 가격 하락은 공급 확대와 소비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배추 소비 부진, 대량 수요처 재고 누적, 가을배추 본격 출하를 가격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생산량이 크게 늘며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가을배추 생산량은 121만4000톤으로 전년보다 18.5%, 평년보다 2.5%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10월에 출하가 지연된 물량까지 더해져 11월 출하량은 전년보다 19.3% 늘어날 전망이다.
겨울배추도 마찬가지다. 재배면적은 3882㏊로 전년보다 5.0% 늘었다. 양파·마늘·대파 등 다른 작물 시세가 떨어지고 가을배추 정식이 늦어진 영향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비가 적절히 내리고 기온이 온화해 작황도 양호하다. 생산량은 전년보다 6.8% 늘어난 26만5000톤이 예상된다.
김장 주재료인 무도 하락세다. 4일 기준 무 상급 도매가격은 개당 798원으로 전월보다 49.4%, 전년보다 23.9% 내렸다. 같은 날 평균 소매가격은 2027원으로 전월 대비 22.9%, 평년 대비 7.5% 하락했다. 무 역시 생산량 증가가 가격 하락의 원인이다. 11월 출하량은 37만2000톤으로 전년보다 11.1% 늘 것으로 추산된다. 겨울무는 38만1000톤으로 4.1%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김장철에도 배추·무 소비가 반등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달 2~12일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김장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전년과 비슷하다(67.8%)’거나 ‘줄이겠다(16.3%)’는 응답이 우세했다.
반면 수입 김치는 늘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KATI) 집계를 살펴보면 올해 1~9월 김치 수입량은 25만74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억6080만달러로 12.0% 늘었다. 수입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식당·급식이나 가공식품 재료 등으로 쓰인다.
정부는 3일 김장재료 공급·가격 안정을 위한 수급안정대책을 내놨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역대 최대인 640억원 규모의 할인 행사를 연다. 시장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이달 상순부터 배추 1만톤과 무 3000톤을 수매·비축하고, 공급과잉이 지속되면 산지 일시 출하 정지 등 추가 대책도 시행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김장재료 출하 상황과 가격을 점검했다. 송 장관은 “도매법인, 농협경제지주 등 관계기관·단체에서는 김장 붐 조성을 통한 소비 확대 유도와 함께 수급조절, 출하자 지원 등을 통해 농산물 가격과 농가 소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농가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최대 겨울배추 주산지인 전남광주 해남 지역 농민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시적 대책이 아닌 쌀의 ‘수급조절용 벼’ 제도를 준용한 선제적 시장 격리와 폐기 등을 요구했다. 중간상인의 횡포를 막을 공공형 유통 플랫폼 도입과 산지 폐기 단가 현실화도 주장했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장은 “비축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창고에 들어가 신선도가 떨어진 배추가 유통되면 소비자의 수요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예산을 과감히 투입해 시장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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