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존 연간 전망치 4500억弗
월흑자 365억弗 달성시 예상 부합
26일 금통위 수정 경제전망 주목
수출 견인 ‘반도체 쏠림’ 우려 여전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가운데 분기 말 효과까지 겹치면서 9월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누적 흑자가 3400억달러를 웃돈 만큼 연간 흑자는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치인 4500억달러를 넘어 5000억달러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오는 26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경상흑자 전망을 얼마나 높일지 검토하고 있지만, 수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 집중된 데다 가격 상승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부담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5일 ‘2026년 9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9월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서며 3개월 만에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며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은 472억달러, 전월 대비로는 153억달러로 모두 역대 최대”라고 말했다. 이어 “9월 한 달 흑자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전체 흑자의 절반을 차지했고, 3분기 흑자 규모도 지난해 연간 흑자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기록적인 흑자를 이끈 동력은 반도체였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달러로 1년 전보다 262.8% 늘었다. 단일 품목 수출이 6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도 606억달러로 23% 증가했다. 통관수출 기준으로 IT 부문과 비IT 부문 수출은 각각 195.8%, 13.4% 늘었다.
연간 경상흑자 전망을 웃돌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흑자는 3406억6000만달러다. 3분기 흑자만 약 1500억달러로, 한은이 지난 8월 전망에서 제시한 하반기 흑자 전망치(2590억달러)의 58%를 이미 채웠다. 남은 석 달 동안 월평균 약 365억달러 흑자를 내면 연간 45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남은 석 달간 월평균 4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 연간 흑자는 약 4600억달러가 된다. 최근 석 달 평균인 499억달러 수준을 이어가면 4900억달러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월평균 흑자가 약 532억달러에 이르면 5000억달러를 넘어선다.
다만 연말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외국인 배당 지급은 흑자 폭을 줄일 수 있다. 증권투자 분기배당 지급이 몰리는 11월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도 변수로 꼽힌다.
김 국장은 “10월은 9월보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했지만, 경상수지 기준으로는 역대 2위 수준이 될 것 같다”며 “연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배당이 흑자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성장 경로가 더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통관 수출액은 기존 전망인 1조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4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망 상향을 예고했다.
성장률 전망치에도 상향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3%, 2.9%로 전망했다. 하지만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 성장해 한은 전망치(0.3%)를 크게 웃돌았다.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에 그치더라도 올해 성장률은 3.6%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해외 주요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높이고 있다. 10월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7%로, 한 달 전(3.5%)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지난 4월(2.4%)과 비교하면 1.3%포인트 높다.
한은의 고민은 수출 호조가 반도체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월 31.2%에서 점차 높아져 9월에는 49.9%로 절반에 육박했다. 월 수출액이 1월 658억달러에서 9월 1209억달러로 551억달러 늘어나는 동안 반도체 수출은 205억달러에서 603억달러로 398억달러 증가했다. 전체 수출 증가분의 72%가 반도체 한 품목에서 나온 셈이다.
김 국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이 2024년에는 8%, 2025년에는 3.8%로 최근 증가세는 이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라며 “반도체가 워낙 잘 나가다 보니 상대 격차가 있지만 비IT 부문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호조가 ‘물량’보다 ‘가격’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김 국장은 “9월 반도체 가격 상승률은 지금 182.6%, 물량 증가율은 30.5%”라며 “가격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대표적 경기순환 업종이다. 가격이 꺾이면 수출과 흑자 규모도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이미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9월 외국인은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137억4000만달러 순매도했다. 한은도 지난달 경제상황평가에서 AI 투자와 반도체 경기 등을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김벼리·유혜림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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