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해건협, 조직 신설 작업 착수

8명 안팎 구성, 예산 50억원대 배정

“해외발주처와 분쟁 대응지원도 필요”

해외 건설 현장에서 설계 변경, 공사기간 연장 등을 놓고 갈등이 잇따르자 국토교통부가 이를 전담하는 조정기구를 신설키로 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확대되는 가운데 발주처와 시공사는 물론 원청·하도급 간의 분쟁도 갈수록 늘어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5일 당국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해외건설사업을 전담하는 별도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두 기관은 해외건설촉진법을 근거로 위원회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국회에도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있는 상태다.

위원회는 국토부 산하에 설치되며, 8명 내외 규모로 출범할 전망이다. 관련 예산으로 50억원대가 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구 운영은 해외건설협회가 담당한다. 국토부는 하도급 계약과 공사비 산정, 건설분쟁 조정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설되는 위원회는 공사비 증액과 공기 지연, 공사대금 미지급, 시공상 책임 등 해외건설사업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국내에서도 건설산업기본법에 근거를 둔 건설분쟁 조정위원회와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등이 있지만 해외수주가 늘어나는만큼 별도 조직을 통해 전문성있는 중재가 이뤄져야한다는 판단이다.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분쟁이 국제소송이나 중재절차로 이어질 경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국내 기업 간 갈등을 빠르게 해결할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해외건설 수주액은 ▷2022년 310억달러 ▷2023년 333억달러 ▷2024년 371억달러 ▷2025년 473억달러 등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늘었다. 올해는 중동전쟁 장기화 등으로 9월 말 기준 수주액이 207억달러에 그쳤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책임 범위, 계약금액 등을 놓고 업체간 분쟁이 이어지고있다는 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9.48(잠정치)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94%나 뛰었다.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공사비 상승폭이 갈수록 커져 공사에 따른 부담은 원·하청 모두가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공사비가 뛰면서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건설사업에서도 원청은 물론 하도급업체들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해외건설 분쟁을 전담하는 조정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율하고 중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조정기구가 꾸려지더라도 얼마나 실효성있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나 현지 법률 등이 얽힌 사업을 고려할 때, 조정기구가 강제력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자칫 원·하청 간 갈등을 부추겨 국내 하도급 업체들이 해외진출이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발주처와 국내 시공사 사이에서도 위험부담 등을 놓고 분쟁이 이어지는만큼 보다 폭넓은 중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약 범위에 맞는 공사비 조정이 이뤄지고, 공사 수행에 따른 귀책사유를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며 “공사비 상승에 따른 갈등은 국내 건설업계 원·하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므로 해외 발주처와의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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