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IST·POSTECH, 실제 사람 세포로 3차원 근육 조직 제작

- 근육섬유 얇아지고 수축력 감소·염증 증가, 동물실험 대체 가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 연구진. (왼쪽부터)DGIST 김민석 교수 양소혜 석박통합과정생 POSTECH 조동우 교수 공정식 박사.[DGIST 제공]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 연구진. (왼쪽부터)DGIST 김민석 교수 양소혜 석박통합과정생 POSTECH 조동우 교수 공정식 박사.[DG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17세와 68세 남성의 근육 세포를 이용해 실제 사람처럼 늙어가는 근육의 특징을 재현한 3차원(3D)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동물실험 없이도 근육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를 분석하고, 노인성 근감소증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뉴바이올로지학과 김민석 교수 연구팀이 포스텍(POSTECH)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사람의 근육 노화와 수축력 저하를 동시에 재현하는 ‘생체모사 3차원 골격근 미세조직 모델’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골격근은 뼈에 붙어 신체 움직임을 담당하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조직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감소하는 근감소증은 노년기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동물실험은 사람과 생물학적 차이가 크고, 평평한 배양접시에서 세포를 키우는 기존 2차원 배양법은 실제 근육의 입체적 구조와 수축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17세와 68세 남성 기증자로부터 확보한 근육 세포를 활용했다.

근육 세포에 실제 조직의 뼈대 역할을 하는 생체물질인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을 혼합한 뒤,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미세한 틀에서 배양했다. 이를 통해 근육 세포들이 실제 인체 근육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된 3차원 미세조직을 구현했다.

68세 기증자의 세포로 만든 인공근육은 17세 기증자의 조직보다 근육 섬유가 가늘고 세포 간 융합 정도도 낮았다. 염증 관련 지표는 높게 나타났다.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저하됐다. 근육 수축을 유도하는 칼슘 반응은 느려졌으며, 전기 자극을 가했을 때 발생하는 실제 수축력도 크게 감소했다.

사람 유래 3차원 골격근 모델의 개념도.[DGIST 제공]
사람 유래 3차원 골격근 모델의 개념도.[DGIST 제공]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사람의 근육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와 생리적 기능 저하를 하나의 인공조직에서 동시에 확인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처럼 세포 모양이나 유전자 변화만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근육이 얼마나 강하게 수축하는지까지 직접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근감소증 치료 후보물질을 인공근육에 투여한 뒤 근육 섬유의 변화와 염증 반응, 미토콘드리아 기능, 수축력 개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동물실험 외의 비임상 시험자료도 의약품 개발과 허가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사람의 생리적 특성을 반영하는 3차원 인공조직의 활용 가치도 커지고 있다.

김민석 D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 유래 세포를 이용해 노화 관련 변화를 생생하게 구현하고, 세포 수준의 변화와 실제 수축 기능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근육 노화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 후보물질의 효능을 정확히 검증하는 유용한 연구 도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Small Science’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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