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먹이를 왜 저렇게 줘?”
사람의 손에 붙잡힌 오리 한 마리. 강제로 부리를 벌리고, 기다란 관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 관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먹이를 쏟아붓는다.
얼핏 보면, 먹이를 먹지 못하는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듯한 모습.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단기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도록 사육해, 간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만들기 위한 과정. 하루에 두 차례씩, 약 2주 동안 먹이를 강제 주입한 뒤 도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바로 세계 3대 진미에 속하는 ‘푸아그라’.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풍미로 유명한 고급 식재료로, 미식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를 위해 주 생산국인 프랑스에서만 매년 2000만마리의 거위와 오리가 먹이를 강제주입당하는 등 혹독한 사육 방식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푸아그라 생산 과정의 잔혹함이 알려지며, 미국 일부 주에서 강제급식 푸아그라 유통을 금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 또한 이같은 조치에 대다수 ‘찬성’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아그라는 프랑스어로 ‘기름진 간’이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오리나 거위의 간에 지방을 잔뜩 축적시켜 만드는 식재료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리나 거위의 몸을 붙잡고, 부리 안쪽으로 관을 삽입한다. 이후 관을 통해 옥수수 등을 섞은 사료를 주입한다. 이같은 과정은 약 10~15일 동안 진행된다. 하루 2차례식 반복하며, 총 20~30차례 관을 삽입한다.
이렇게 먹이를 강제로 공급하면 간에 지방이 쌓이기 시작한다. 반복적인 급식으로 간이 비대해지고, 결국 일반적인 상태보다 훨씬 커진 간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동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난 9월 국제학술지 ‘애니멀스(Animal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강제급식 과정에서 오리와 거위의 식도에 상처가 발생하거나, 간이 커지면서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반복적인 관 삽입과 신체적 구속,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이 동물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유럽연합(EU) 산하 동물복지 관련 과학위원회는 이미 1998년 강제급식이 조류의 복지에 해롭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푸아그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량 생산되고 있다. 프랑스 농업부의 2025년 농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서 생산된 푸아그라용 오리는 약 2378만마리, 거위는 약 6만6000마리에 달한다.
이를 합치면 약 2385만마리. 프랑스 한 나라에서만 연간 2400만마리에 가까운 오리와 거위가 푸아그라 생산에 이용되는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푸아그라를 전통적인 식문화로 여긴다. 실제 프랑스 법률에도 푸아그라가 보호받는 문화·미식 유산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지난 3일 미국 워싱턴DC와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진행됐다.
이는 동물보호단체들이 직접 추진한 주민투표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프로애니멀퓨처(Pro-Animal Future)’는 푸아그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 관련 제품의 판매와 유통까지 금지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서명을 모았다.
워싱턴DC에서는 3만1000건이 넘는 유효 서명을 확보했고, 덴버에서도 1만6000건 이상의 서명이 모이면서 실제 주민투표로 이어졌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워싱턴DC에서는 약 73%, 덴버에서는 약 67%가 금지안에 찬성했다.
남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 7월 브라질에서는 강제급식으로 생산한 식품의 생산과 판매를 전국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됐다. 푸아그라도 명시적인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관련 법률은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세계 곳곳에서 강제급식으로 생산한 푸아그라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에서도 푸아그라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로 판매될 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관련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한 해 6t이 넘는 푸아그라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직접 수출되기도 했다. 프랑스 관세청의 수출 통계를 직접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 한국으로 수출된 냉동 오리 푸아그라는 6305㎏에 달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도 6227㎏이 수출됐다.
다만 최근에는 원물 형태의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 2020년 프랑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한국 정부가 프랑스산 가금육의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그렇다고 관련 식재료의 수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푸아그라는 간을 그대로 사용하는 원물뿐 아니라, 통조림이나 파테 등 가공식품으로도 판매된다. 실제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오리·거위 간 가공품은 여전히 매년 2~3톤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오리·거위 간 가공품은 총 3258㎏으로 집계됐다. 전년(2186㎏)보다 약 49% 증가한 규모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양이기도 하다. 푸아그라 원물의 수출은 크게 줄었지만, 푸아그라를 포함할 수 있는 간 가공품의 수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푸아그라 생산국까지 등장하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푸아그라 생산량은 최대 1만4000톤에 달했다. 10년 전 2000톤에 비해 7배 늘어난 규모.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프랑스의 생산량을 뒤집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에서는 푸아그라가 고급 레스토랑을 넘어 볶음밥이나 훠궈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되고 있다. 내수시장 성장과 함께 관련 산업도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산 푸아그라가 저렴한 가격에 유통될 경우, 국내 소비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국내에서도 동물학대를 초래하는 고급 식재료의 소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성명을 통해 “강제급이로 인해 오리와 거위들은 목과 내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으며 끔찍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는다”며 “이 모든 것이 잔인하고 끔찍한 동물학대”라고 지적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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