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시장가격 비교해 가격 남용 판단
비공개 정보 악용·직거래 방해 규율
소비자 선택 제한·품질 저하도 규제 대상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원가가 떨어졌는데도 높은 가격을 부당하게 유지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공급 비용과 다른 시장의 통상 가격을 크게 웃도는 가격을 책정하는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거래 과정에서 확보한 비공개 정보를 거래상대방과의 경쟁에 부당하게 활용하거나 거래상대방과 소비자 간 직접 거래를 방해하는 행위도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1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001년 이후 25년간 손대지 않았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관련 규정을 변화한 경제 환경에 맞춰 정비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격 남용행위의 규율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활동 방해행위 유형을 재편하는 한편, 소비자이익 저해행위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신설했다.
우선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유지하는 행위도 가격 남용행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공급 비용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해당 가격이 동일 상품·서비스의 다른 시장 가격이나 유사 상품·서비스의 통상 가격보다도 상당히 높은 경우가 규율 대상이다.
수급이나 공급 비용의 변동에 비해 가격을 상당히 올리거나 근소하게 내리거나 유지하는 행위도 규율한다. 가격 남용 판단 기준도 기존 ‘현저한 상승’에서 ‘상당한 상승’으로 완화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가격의 부당한 결정·유지·변경을 금지하고 있지만 시행령에는 가격 변경에 관한 기준만 마련돼 있었다. 공정위는 이 때문에 다양한 가격 남용행위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가격 상승의 현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관련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정비된다. 현행 ‘원재료 구매방해’ 규정은 ‘유·무형의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구매·접근·이용 또는 이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확대된다. 제조업 중심의 규정을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 규제 유형으로는 독과점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도 자신 또는 지정한 사업자와 부당하게 거래하도록 하는 ‘경쟁제한적 끼워팔기’가 포함된다.
거래 과정에서 생성하거나 수집한 비공개 정보를 거래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도 규율 대상이다. 거래상대방이 독과점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방해하는 행위도 추가된다.
그동안 공정위 고시에 규정돼 있던 부당한 거래거절,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 가격·거래조건 차별, 불이익 강제 등 4개 유형은 시행령으로 상향된다. 기존 시행령 규정 유형의 집행 실적은 6건인 반면 고시 규정 유형은 24건으로, 실제 집행 실적을 반영한 조치다.
공정위는 집행 실적이 많은 유형을 시행령으로 상향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집행 실적이 거의 없는 필수인력 채용 규정은 고시로 하향한다.
독과점 사업자의 소비자 착취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도 마련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소비자이익 저해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시행령에는 구체적인 행위 유형이 없었다.
개정안은 소비자에게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타당성이 없는 거래조건을 부과하거나 상품·서비스의 품질을 소비자에게 현저히 불리하도록 떨어뜨리는 행위를 규율 대상으로 명시했다. 소비자의 선택을 부당하게 제약하거나 현저한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포함된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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