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사 실기 5점 문항 출제오류 ‘논란’…응시자 가답안·채점 기준 공개 요구
7월 문제지 사전 개봉, 이달 1일 동영상 먹통…이병훈 이사장 취임 뒤 재시험 두 차례
답안지 파쇄·합격자 발표 오류로 기관경고 두 차례…시험 신뢰 흔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올해 국가기술자격 실기시험 사고로 재시험 대상에 올린 응시자는 모두 177명에 달한다. 7월 일반기계기사 실기 57명, 이달 1일 생물분류기사 실기 120명이다. 두 사고 사이에 치러진 전기기사 실기시험에서는 5점짜리 1번 문항을 두고 출제 오류 주장이 나왔다. 응시자는 공단이 가답안과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지난달 25일 2026년 제3회 정기 기사 전기기사 실기시험이 끝나자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1번 문항의 답이 0.01Ω과 0.88Ω으로 갈렸다고 응시자 김영주 씨는 전했다. 김 씨는 이튿날인 26일 두 풀이 모두 문항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헤럴드경제에 제보했다. 국민신문고에는 1번 문항을 출제 오류로 판정해 전 응시자를 정답 처리해 달라는 민원을 냈다.
0.01Ω이냐 0.88Ω이냐…응시자 가답안·채점 기준 공개 요구
7일 본지에 접수된 제보문과 민원 내용에 따르면 1번 문항은 델타-와이 결선 154kV·22.9kV 변압기의 2차측 1선 단락전류가 15kA일 때 한국전기설비규정(KEC)에 따라 중성점 접지저항을 구하라는 문제다. 김 씨는 0.01Ω이 KEC의 150/Ig 공식에 15kA를 넣은 값이고, 0.88Ω이 2차측 상전압(22.9kV÷√3)을 15kA로 나눈 값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두 풀이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0.01Ω 풀이가 쓰는 규정은 고압·특고압 전로와 저압 전로가 결합된 변압기에 적용하는데, 문항의 변압기는 1·2차 모두 특고압이어서 저압 전로가 없다는 것이다. 공식에 넣는 전류도 규정상 1차측 지락전류인데 문항은 2차측 단락전류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0.88Ω 풀이는 KEC에 없는 일반 회로 수식이어서 KEC를 따르라는 단서와 충돌하고, 변압기와 선로의 임피던스를 무시한다는 전제도 문항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특정 수치를 쓴 답안만 인정하면 문항 조건을 따르다가 식을 세우지 못한 응시자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했다. 객관식 오류 문항처럼 답안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전원 정답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이다. 김 씨는 “국가기술자격시험은 수많은 청년과 직장인들이 생업과 직결되어 준비하는 공적 검정 제도”라며 “실기시험에서도 필기시험처럼 가답안을 공개하고, 공식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해 출제 오류 심사 결과를 수험생에게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신문고 민원에는 채점 기준은 비공개 사항이라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했다.
전기기사 실기시험의 채점 근거를 공개해 달라는 요구는 작년에도 나왔다. 당시 응시자 김경조 씨는 “정답인 이유는 상세히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1번 문항의 출제 오류 여부와 공단의 채점 방침은 공개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지는 하루 먼저 열리고, 동영상은 시험 당일 멈췄다
지난 7월 25~26일 치러진 2026년 기사 제2회 일반기계기사 작업형 실기시험에서는 한 시험장의 직원과 시험위원이 과실로 26일 출제 예정이던 문제를 25일에 개봉해 사용했다. 문제 내용이 수험생 커뮤니티에 공유되자 공단은 응시자 간 형평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26일 응시자 57명 전원을 재시험 대상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56명이 재시험을 치렀다.
이달 1일 기사 제3회 생물분류기사(동물) 실기시험에서는 응시자 330명이 치른 전국 14개 시험장에서 동영상 프로그램 파일 오류가 발생했다. 9곳 210명은 오류를 고친 뒤 약 1시간 늦게 시험을 시작했다. 나머지 5곳 120명은 필답시험만 치르고 돌아갔다. 동영상 시험은 실기 100점 가운데 70점을 차지한다. 공단은 사전 파일 점검이 소홀했다며 사과하고 6~8일 동영상 시험만 다시 치르도록 했다. 재시험 대상자에게는 1인당 보상금 10만원과 이동 여비를 지급한다.
이병훈 이사장은 지난 6월 15일 취임했다. 7월 사고 이후 8월 2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부 감사로 관리 소홀을 확인했다며 관련 인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신속·선제·투명’을 사고 대응 원칙으로 제시하고 시험 접수부터 출제·시행·채점·합격자 발표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공단은 지난달 30일 ‘국가자격 신뢰 회복’을 주요 현안으로 다룬 국민성장추진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틀 뒤 생물분류기사 시험에서 동영상 오류가 터졌다.
“다시 시험을 보라는 것 자체가 억울”…두 차례 기관경고
어수봉 전 이사장 재임기인 2023년 4월 23일 치른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서는 답안지 609명분이 채점 전에 파쇄되고 같은 시험장에서 4명분이 분실됐다. 피해 수험생 613명 가운데 566명이 재시험을 치렀고 일부는 공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직업상담사 시험에 응시한 윤모 씨는 시험을 치른 지 한 달이 지나 공부한 내용을 상당 부분 잊었다며 “이 시점에서 다시 시험을 보라는 것 자체가 억울하다”고 했다. 어 전 이사장은 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고용노동부는 그해 9월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단에 기관경고를 하고 직원 등 22명에 대한 징계·경고·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우영 전 이사장 재임기인 2025년 6월에는 공인노무사 1차 시험에서 전산채점 오류로 5명이 합격 처리됐다가 취소됐다. 공단은 수습 과정에서 2024년 시험에도 같은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하고도 해당 시험의 합격자 정정공고를 내지 않았다. 노동부는 사고 대응이 불투명해 검정기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지난해 10월 공단에 다시 기관경고를 했다.
당시 공단이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까지 집계된 시험 부실 운영 사고 11건 가운데 7건은 담당자 경고 조치조차 없었다.
채점 공정성 논란은 법정으로도 번졌다. 2021년 세무사 2차 시험을 감사한 노동부는 같은 내용의 답안에 채점위원이 서로 다른 점수를 줬다고 지적했다. 응시자 18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난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국가배상 책임을 판단하려면 시험위원 위촉 절차와 출제·채점 과정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공단은 생물분류기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7월 사고 뒤 예고한 최종 감사·인사 조치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두 차례 기관경고와 전 과정 점검 예고에도 재시험은 이어졌다. 공단이 사고 뒤 시험장 점검 절차를 어떻게 바꿨는지, 출제·채점에 이의가 제기되면 어떤 근거로 판단해 수험생에게 알리는지가 신뢰 회복의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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