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건 중 1건만 송달, 불복 기한도 별개

   사건 복잡성 이유 9월 송부 기한 넘겨

“공고 뒤 달라지면 되돌릴 절차 없어”

“하청노조 임금요구” 우려 현실화 되나

중앙노동위원회의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 결정이 늦어지면서, 현대차 및 기업들의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현대차 제공]
중앙노동위원회의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 결정이 늦어지면서, 현대차 및 기업들의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현대차 제공]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현대자동차 원청교섭 사건과 관련, 세 갈래로 나뉜 결정을 내리고도 정작 결정서는 한 건만 보내면서, 현대차와 하청노조 모두 나머지 판단을 확인하지 못한 채 불복 여부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송부 기한을 넘긴 결정서를 나눠 보내 당사자들의 판단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노동계와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8월 31일 현대차 사건을 생산 부문, 구내식당·보안 부문, 판매 부문 등 3건으로 나눠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사자에게 송달된 결정서는 지난달 27일 송달된 구내식당·보안 부문 한 건뿐이다.

중앙노동위원회. [KPGA 노조 제공]
중앙노동위원회. [KPGA 노조 제공]

▶결정서마다 따로 도는 불복 시계=불복 기한도 사건마다 따로 계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건이 분리돼 있어 각각의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씩 기한이 진행된다. 이미 결정서를 받은 구내식당·보안 부문은 오는 11일까지 소송 여부를 정해야 한다.

이에 현대차와 노동조합은 생산 부문과, 카마스터 사용자성이 부정된 판매 부문의 판단 근거를 보지 못한 채 첫 소송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구내식당·보안 부문에서 중노위가 울산지방노동위원회보다 사용자성을 넓게 인정한 만큼, 나머지 결정서에서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생산 부문 결정서는 송달 절차를 밟고 있고, 판매 부문 결정서는 작성 중이다. 노동위원회 규칙에 따라 이 사건 결정서는 9월 30일까지 보내야 했지만, 중노위는 사건의 복잡성을 이유로 기한을 넘겼다.

중노위는 앞서 “관련 하청업체가 40여개에 이르고, 사건 기록이 1만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등 관련 검토·조사 및 결정서 작성에 방대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정 이후 첫 결정서가 송달되기까지만 57일이 걸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안전 의제로 공고를 냈다가 생산이나 판매 부문에서 다른 판단이 나오면 공고를 회수하는 절차도 없다”며 “공고를 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판단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중노위가 남긴 판단 공백…교섭 최대 쟁점은 ‘임금’=노동위원회가 교섭 의제에 대한 판단을 비워두면서 교섭 테이블의 최대 쟁점은 임금이 될 전망이다. 중노위는 산업안전 관련 근로조건에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지만,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과 임금 인상 등 나머지 의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중노위는 이번 결정에서 임금에 대한 사용자성은 판단하지 않아 인정과 불인정 어느 쪽도 단언할 수 없다는 견해다. 의제는 노사가 우선 교섭·협의하고, 다툼이 이어지면 교섭 거부·해태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 판단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장 첨예한 쟁점을 노사 교섭과 이후 절차로 넘긴 셈이다.

노조는 현대차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4일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중노위 결정 이후에도 공고와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앞서 성명에서 “교섭요구 사실 공고 단계에서 교섭의 범위가 미리 제한될 수 없다”는 점을 중노위가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먼저 교섭에 들어간 한화오션에서는 이미 임금 의제를 둘러싼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자 지난달 하청노조와 첫 교섭에 나섰다.

하청노조는 정규직 대비 80% 수준의 임금·복지와 차별 없는 성과금 지급,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 등 36개 의제를 요구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중노위 결정과 법원 판단을 근거로 시설 개선과 안전 관련 6개 의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노동위원회 판정을 거친 6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 및 원하청 교섭 관련 기업 인식조사’ 결과, 하청노조와 교섭할 때 우려되는 점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포함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꼽은 기업이 전체의 66.1%로 가장 많았다. ‘임금·노조활동 등 하청기업과 교섭할 사항에 대한 원청 상대 교섭 요구’를 우려한 기업도 43.5%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부터 하청노조가 산업안전 의제로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뒤 실제 교섭에서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법원에서 양측이 의견을 첨예하게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권제인·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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