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인 라면 [123RF]
끓인 라면 [123RF]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라면 끓이는 것도 귀찮은데...’

명실상부 국민음식인 ‘라면’. 1년에 한국에서 소비되는 라면 개수만 총 40억개 수준. 모든 국민이 4~5일에 한 번 씩은 꼭 라면을 먹는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컵라면. 물을 끓이고, 라면을 조리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편리함 뒤에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컵라면.[게티이미지뱅크]
컵라면.[게티이미지뱅크]

바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수백개씩 생성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컵라면을 담는 ‘용기’에 있었다. 특히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내부 플라스틱 코팅이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을 섭취할 때는 컵라면보다 봉지라면을 택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라면 [게티이미지뱅크]
라면 [게티이미지뱅크]

6일 기후·환경학계에 따르면 중국농업대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식품구성 및 분석 저널(Journal of Food Composition and Analysis)’에 컵라면 용기의 미세플라스틱 방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조사한 것은 한국과 중국, 일본, 태국 등 4개국의 컵라면 브랜드 10개다. 브랜드마다 제품 2개씩을 확보해 총 20개 시료를 분석했다.

실험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컵라면에 섭씨 95도의 뜨거운 물 500㎖를 붓고, 알루미늄 포일로 덮어 15분 동안 기다렸다. 이후 포일을 제거하고 20분을 더 방치한 뒤 물속에 포함된 미세 입자를 분석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뚜기 컵라면.[연합]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뚜기 컵라면.[연합]

그런데 실험에 사용된 20개 시료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 등이 검출됐다. 논문 초록에 따르면 컵라면 한 개에서 확인된 미세 입자는 평균 318개에 달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입자 수백 개가 뜨거운 물을 붓는 과정에서 확인된 셈이다.

검출된 물질도 다양했다. 연구진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PE·PP) 복합성분, 폴리에스테르 등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성분을 확인했다.

대체 이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나온 걸까.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컵라면을 담는 용기다. 컵라면 용기 안쪽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얇은 플라스틱 막을 입히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 같은 플라스틱 코팅층에서 미세한 입자가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은 문제제기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국내에서도 컵라면 용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공개한 국가공인 시험·검사기관 KOTITI시험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A사의 스티로폼 재질 컵라면 용기에 100℃의 물을 붓고 30분간 방치한 결과 총 1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컵라면 용기는 크게 스티로폼 계열과 종이 재질로 나뉜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뚜기 컵라면.[연합]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뚜기 컵라면.[연합]

과거에는 보온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스티로폼 계열의 폴리스타이렌 용기가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의 환경적 영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부 제품에서는 종이 용기로 전환이 이뤄졌다.

그렇다고 스티로폼 용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컵라면에는 폴리스타이렌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종이 용기라고 해서 플라스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

내부에 플라스틱 코팅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종이 용기라는 이름만 보고 플라스틱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김 판매대 모습.[연합]
서울의 한 대형마트 김 판매대 모습.[연합]

컵라면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이 실제 건강에는 얼마나 해로울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나 오랫동안 섭취했을 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동물실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개체의 성호르몬 수치가 변화하고, 생식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체내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모습.[연합]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모습.[연합]

특히 라면의 경우 유독 한국인의 섭취량이 많은 식품이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 소비량은 약 40억6100만개로, 세계 9위에 달했다.

이를 인구수로 나누면 국민 한 사람당 1년에 약 79개의 라면을 먹는 셈이다. 약 4~5일에 한 번씩 라면을 먹는 수준으로, 1인당 소비량은 베트남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미세플라스틱 노출의 부작용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셈. 정부도 관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서고 있다.

라면.[게티이미지뱅크]
라면.[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난해 말 수립한 ‘제6차 식품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식품용 기구와 용기·포장재를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실태조사 300건을 진행할 계획이다. 2029년부터는 식품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노출 실태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컵라면 용기 대신 냄비 등 별도의 조리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 또한 대체 방안을 통해 일회용기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 역시 “일회용 컵라면 용기는 미세플라스틱 방출의 주요 원인”이라며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유입을 줄이기 위해 컵라면 섭취를 줄이거나 국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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