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발전 병행에 농민들 기대와 우려
99.7㎾ 설치 농가 연 순소득 1433만원
정부, 농지 80% 영농 의무·규제 완화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태양광 패널 아래에서 농사를 지으면 수확량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100㎾짜리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얼마나 되나요?”
지난 6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영농형태양광 상생 한마당’. 농사를 지으면서 전기도 생산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부 설명에 농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태양광 발전으로 농가소득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만큼 초기 투자비와 농작물 수확량 감소에 대한 걱정도 컸다. 오는 12월 17일 영농형태양광 제도 시행을 앞두고 농민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은 결국 ‘농사를 계속 지으면서 얼마나 더 벌 수 있느냐’였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행사에는 농업인과 지방정부 담당자, 전문가 등 22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영농형태양광을 주제로 농업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 위에 일정한 간격과 높이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아래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하고 위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존 농촌 태양광이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꿔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이었다면, 영농형태양광은 농업 생산을 유지하면서 발전수익을 추가로 얻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실제 영농형태양광을 운영한 농가의 소득 사례였다.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650평 규모의 농지에 99.7㎾ 발전설비를 설치한 경험을 소개했다. 초기 투자비는 1억9000만원. 연간 순소득은 1433만원으로, 이 가운데 쌀농사로 벌어들인 돈은 141만원,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소득은 1292만원이었다.
농작물보다 태양광에서 발생한 소득이 약 9.2배 많았던 셈이다. 다만 이는 문 조합장이 소개한 개별 운영 사례로, 모든 농가에 같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농민들의 관심은 곧바로 투자비와 수익성으로 향했다. 익산에서 온 한 농업인은 100㎾ 규모의 발전시설을 설치했을 때 연간 발전량과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남재우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사무총장은 발전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초기 시공비를 꼽았다. 그는 2026년 기준으로 일정한 조건을 가정하면 연간 순수익이 약 800만~900만원 수준이라며 투자액 대비 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 사무총장은 “대략 수익률이 5% 좀 넘는 정도가 거의 마지노선”이라며 “단순하게 소득 1000만원에 규모를 맞춘다고 하지 말고 투자액 대비 수익률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전수익을 늘리려고 태양광 패널을 많이 설치하면 정작 농사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강화에서 온 농업인 정순연 씨는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가리면 작물 생육과 수확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발전량을 늘리려면 패널을 많이 설치해야 하지만 농작물에는 햇빛이 필요하다는 고민이었다.
임철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패널로 그늘이 생기면 광합성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물마다 햇빛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쌀과 콩 등은 햇빛에 민감한 반면 일부 채소류와 녹차 등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태양광 발전설비의 차광률을 30%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하위법령을 준비하고 있다. 구조물의 최저 높이는 2.5m, 지주 간 간격은 4m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농기계가 드나들고 작물이 자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농지의 80% 이상에서 실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할 계획이다. 발전시설만 설치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편법을 막겠다는 취지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농지를 지키는 것이 영농형태양광 제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일반 태양광을 하게 되면 식량안보 측면에서 농지를 자꾸 잃어버리게 되고, 그러면 국민 전체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건 식량안보를 지켜가겠다는 것”이라며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고 말했다.
임차농과 청년농업인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였다.
송 장관은 3년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개인 농업인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청년농업인은 거주기간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참여협동조합은 해당 마을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 10명 이상이 구성할 수 있다. 임차농 역시 토지 소유자의 동의 등 필요한 요건을 갖추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작은 농지에서 발전사업을 시작할 경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송 장관의 설명이다.
정부도 사업 확대를 위해 규제를 손질한다. 농식품부는 지난 6일 제4차 농식품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농업법인의 사업 범위에 영농형태양광을 추가하는 등 50개 규제 개선 과제를 확정했다.
현재 농업법인의 사업 범위에는 영농형태양광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고시를 신설해 농업법인이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발전사업 면적이 2만㎡ 미만인 경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력해 올해 12월 관련 시행령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확대 과정에서 농촌 주민 간 갈등을 막는 것도 과제다. 정부는 발전사업의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한편, 협동조합 등의 발전수익 일부를 마을 공동기금이나 에너지복지, 공동영농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송 장관은 “발전사업을 위해 농지를 이용했는데 수익이 투자한 사람에게만 빠져나가면 농촌은 농지만 빌려주고 아무런 이익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농업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혜택을 누리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2월 17일 제도 시행에 맞춰 사업자 자격과 허가 절차, 영농계획 수립 방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사를 지키면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농촌에 남기겠다는 구상이 실제 농가소득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사업 운영 결과가 보여줄 전망이다.
adast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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