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근로자 특공 당첨 현황
해외 근로 기피…“주거지원 축소 과도해”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해외건설 근로자 주택 특별공급을 둘러싸고 특정 직군에 대한 과도한 주거 특혜라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실제 공급 현장에서는 배정 물량조차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에서도 신청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해외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주거 지원마저 축소될 경우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최근 4년간 해외건설 근로자 주택 특별공급 당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25건 가운데 배정 인원보다 신청자가 적었던 미달 사례는 1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48%에 해당한다. 특별공급 물량이 배정됐음에도 절반 가까운 사업장에서 수요를 채우지 못한 셈이다.
특히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서도 신청이 저조했다. 경기 수원 영통구의 영통자이센트럴파크는 전용면적 85㎡ 기준 현재 시세가 약 16억3000만원에 달하지만 분양가는 9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단순 시세 비교만으로도 약 7억원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해외건설 근로자 특별공급으로 배정된 3가구에는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최근 실거래가가 11억4000만원을 기록한 매교역팰루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분양가 7억3000만원 수준에 특별공급 물량 4가구가 배정됐지만 신청자는 1명에 그쳤다.
해외건설 근로자 특공은 해외건설업계에 종사하는 국외 파견 근로자에 대한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건설 붐이 일던 1978년 처음 도입됐다. 기존 규정에서 ‘해외에서 1년 이상 취업한 근로자’라는 표현을 드고 혼란이 불거졌다가, 2023년 국토부가 주택공급 규칙 대상을 ‘취업한 근로자’에서 ‘근무한 근로자’로 개정하면서 다시 활기를 얻었다. 같은 해 9월 해외건설협회가 세부 추천 규정을 마련하면서 제도 운영이 다시 본격화됐다.
하지만 국외 근무지에서 최근 10년 이내 1년 이상 근무하고 귀국일로부터 2년 이내인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분양대금을 위한 자금조달 능력도 필수적이라 대거 미달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근로자 본인의 희망 거주지역까지 맞아야 해 실제 신청할 수 있는 청약이 제한된다.
일부 서울 주요 인기 단지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일반분양과 비교하면 특별공급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해외건설 근로자 특별공급 8가구 모집에 38명이 신청해 4.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이수역센트럴도 3가구 배정에 22명이 신청해 7.3대 1에 그쳤다. 두 단지의 일반분양에서 각각 최대 531대 1, 4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치가 해외건설 근로자 특별공급을 단순한 주거 특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해외건설은 프로젝트 수주뿐 아니라 현지에서 사업을 수행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장기간 해외 체류와 열악한 근무 여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부담 등으로 해외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기업들의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숙련된 기술인력과 현장 관리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해외 근무에 따른 보상과 주거 지원 등 유인책이 충분하지 않으면 우수 인력의 해외 현장 배치를 유도하기 어렵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확대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에 해외건설 근로자를 위한 특별공급 물량을 요청해도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갈수록 해외근무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주거안정 지원책마저 축소되면 우수 인력 확보가 어려워져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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