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K 결핍성 출혈 영아, 2017년 189명→지난해 1764명 급증

의료진 “비타민K 주사, 백신이 아냐…출생 직후 접종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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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에서 신생아에게 필수적인 비타민K 주사를 맞히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늘면서 영아 출혈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백신과 공중보건 정책에 대한 불신이 이러한 현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의학 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지난해 미국의 영아 비타민K 결핍성 출혈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타민K 결핍성 출혈이 발생한 영아는 2017년 189명에서 2024년 903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764명으로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출혈 사례는 2017년 이후 대부분의 해에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비타민K 주사를 맞은 신생아의 비율은 떨어졌다. 연구진이 미국 내 영아 1100만명 이상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주사를 맞은 신생아 비율은 2017년 98%에서 2025년 95%로 낮아졌다.

연구 공동저자인 스티븐 울프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가정의학·인구보건학 교수는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런 종류의 합병증 증가를 경험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공중보건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가 후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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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가 출혈 사례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낸 것은 아니다. 다만 연구진은 비타민K 주사 거부와 영아 출혈 사례가 늘어난 시기가 백신 불신이 확산한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어린이 예방접종 일정을 전면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공중보건 지침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정책과 발언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되는 불신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타민K 주사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아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일부 부모들은 주사 형태로 투여된다는 이유만으로 비타민K를 백신으로 오해하고 있다.

울프 교수는 부모들의 주사 거부가 계속된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경구용 비타민K 제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연구진은 출생 직후 비타민K 주사를 맞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 보건복지부의 그레이스 제이미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출생 후 6시간 이내에 신생아에게 비타민K 주사를 투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타민K는 체내에서 혈액을 응고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엘리자베스 울프 버지니아커먼웰스대 소아과 부교수에 따르면 신생아는 태어날 때부터 비타민K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 모유로 공급받는 양도 충분하지 않고, 소화기관이 아직 미성숙해 장내에서 비타민K를 충분히 생성하지도 못한다.

비타민K가 부족한 영아는 출혈이 발생했을 때 피가 멈추지 않거나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에 노출된다. 울프 교수는 “비타민K 결핍으로 뇌졸중이 발생한 아기 가운데 20%는 사망하고, 살아남은 아기 중에서도 40%는 영구적인 신경학적 문제를 겪는다”며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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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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