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직 뒤 늦깎이 영화 입문

데뷔작으로 청룡·백상 신인감독상

부천판타스틱영화제 6년 이끌어

김영빈 감독(오른쪽). [연합. KMDb 제공]
김영빈 감독(오른쪽). [연합. KMDb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화 ‘김의 전쟁’(1992)과 ‘테러리스트’(1995)로 1990년대 한국 영화에 선 굵은 남성 서사를 새긴 김영빈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1세.

8일 영화에 따르면 김영빈 감독은 이날 급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영화 인생은 남들보다 늦게 시작됐다. 1955년생인 그는 10년간 공직에 몸담았다가 뒤늦게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30대 초반에 졸업했다. 영화계에 들어설 무렵 “반드시 임권택 감독님 연출부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다짐대로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에서 6년여를 보내며 ‘씨받이’(1986), ‘아다다’(1987),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 등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감독으로서 첫 작품은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김의 전쟁’이다. 1968년 일본 시즈오카에서 재일동포 김희로가 민족 차별과 폭력조직의 위협에 맞서 조직원 두 명을 사살한 뒤 숙박업소에서 인질극을 벌인 사건이었다. 주연은 훗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배우 유인촌이 맡았다. 데뷔작 한 편으로 제13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감독상과 시나리오상, 제1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비상구가 없다’(1993)를 거쳐 내놓은 ‘테러리스트’는 김 감독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직접 각본을 쓴 이 영화는 고아로 자라 나란히 경찰의 꿈을 키운 형제가 법의 양편으로 갈라서는 비극을 그렸다. 최민수가 동생 수현을, 이경영이 형 사현을 연기했고 염정아가 함께했다. 최민수는 이 작품으로 제1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과 인기스타상을 받았다.

이후 최민수와 다시 손잡은 ‘나에게 오라’(1996), 이정재·오연수·손창민이 출연한 ‘불새’(1997)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는 폭력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남성 인물을 중심에 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질주’(2007), ‘도시의 연애담’(2011)을 연출했다.

촬영 현장 밖에서도 영화와의 인연은 이어졌다. 전남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거쳐 2008년부터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후학을 길렀다. 2010년 2월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5대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돼 2015년까지 제14~19회 영화제를 이끌었다. 2012년 당시 국내 주요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가운데 감독 출신은 김 감독이 유일했다. 재임 중 부천시청과 잔디광장에 영화제 핵심 시설을 모아 ‘페스티벌 센터’로 꾸리는 등 시민이 즐기는 축제에 공을 들였다. 고인은 그해 인터뷰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지향해 왔다”고 했다.

빈소는 전남 고흥군 고흥읍 우주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시립추모공원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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