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3일째 오리무중 사인…단초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전문가들 “해당 균 의한 패혈증이 사인 가능성” -“오염된 수액세트ㆍ약물 통해 신생아에 균 침입” -“동시 감염돼도 한꺼번에 사망 안해…단언 금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사고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가 숨진 신생아 3명의 혈액 배양 검사 결과 모두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균이 원인균으로 작용해 패혈증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액 세트 등 의료기기나 약물이 오염돼 해당 균이 신생아들에게 침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이 균을 사망 원인으로 단언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19일 질병관리본부와 복수의 관련 진료과 전문의에 따르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드물게 면역 저하자에서 병원 감염의 원인균으로서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람음성균에 속하는 이 균은 항생제 내성이 잘 생겨 병원의 항생제 남용이 신생아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신생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은 패혈증으로 추정된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게 들어와 패혈증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생아들이)같은 균에 오염돼 패혈증이 발생했다면 동시 다발적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부검 결과 소장과 대장이 부풀어 올랐다는 것은 패혈증에 의한 이차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대장균의 사촌뻘쯤 되는 균이다. 과다하면 체내에 장염, 설사 등을 일으키는 대장균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 특히 이 균이 들어 있는 신생아의 분변 등이 원인이 돼 다시 신생아에게 세균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세균 감염은 약물이나 수액 세트 등 의료기기가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신생아들이 같은 균에 오염됐다면 카테터(수액을 넣거나 혹은 기관 배출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고무 또는 금속제의 가는 관) 등 수액 세트나 약물이 오염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약물, 수액 등 사망한 신생아들에게 침습이 가해진 곳이 오염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며 “(숨진 신생아들은)미숙아에 중증 환자였다. 성인과 달리 감염 과정이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9월 벌레가 들어간 채 납품된 수액 세트를 그대로 사용했다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이 병원은 “이물질 발견 사고 이후 수액 세트 납품 업체를 성원메디칼에서 백톤디킨슨코리아로 교체했다”고 했다.

경찰은 신생아들에게 사용된 수액 세트나 약물 등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감염을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양경무 국과수 법의조사과장은 “균에 동시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사망하지는 않는다”며 “사람마다 면역 상태가 다르고 몸 상태가 다르다. 신생아가 동시에 사망한 원인을 감염균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이번에 확인된 세균 감염과 신생아 사망과 직접적 관련성을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추가적인 역학조사 등을 통해 규명할 예정”이라고 했다.